엔비디아 로고와 젠슨 황 CEO [AFP] |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지난해 인공지능(AI) 열풍에 힘입어 급등세를 보였던 AI 테마주 가운데 엔비디아를 제외한 상당 종목의 주가가 올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에서는 이에 대해 AI 수혜주라고 주장하는 기업들에 대한 ‘옥석 가리기’가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1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해 씨티그룹의 ‘AI 위너스 바스켓’에 포함된 주식의 절반 이상이 올해 들어 하락했다.
이는 올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에 포함된 종목의 60%가 상승하고, 지난해 이 바스켓에 포함된 종목의 4분의 3이 올랐던 것과는 대조를 이룬다.
씨티의 미국 주식 담당 전략 총괄 스튜어트 카이저는 “AI가 여전히 큰 테마이지만 실제로 (수익 등을) 입증하지 못하면서 타격을 입었다”면서 “단순히 AI라고 수십번 외쳐도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블랙록의 ‘로보틱스·AI’ 상장지수펀드(ETF)와 인베스코의 ‘AI·차세대 소프트웨어 펀드’, ‘퍼스트 트러스트 나스닥 AI·로보틱스’ ETF에 포함된 개별종목의 절반 이상도 올해 하락했다.
투자회사 에드워드 존스의 선임 투자전략가 모나 마하잔은 “AI라는 이름을 가진 종목의 수익을 좀 더 면밀하게 들여다보고 있다”며 “엔비디아 같은 종목의 차별화 요소는 실제 성과, 즉 수익을 보여줬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엔비디아는 지난해 주가가 3배 이상 올랐으나 올해 들어서도 추가로 2배 상승해 현재 시가총액이 3조 달러(약 4148조 원)를 돌파했다.
이에 반해 세일즈포스, 스노플레이크, 인텔, 어도비 등은 지난해 큰 폭으로 상승했으나 올해 급격하게 하락했다고 FT는 전했다.
일각에서 이러한 차별화에 대해 시장이 이성을 되찾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전형적인 버블(거품) 흐름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투자회사 리서치 어필리에이츠의 랍 아노트 회장은 “전형적인 버블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대기업이 어려움을 겪기 전에 상대적으로 작은 기업들이 사라지는 것을 볼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AI의 장기적인 영향을 믿는다면서도 “그 수혜는 점진적으로 나타나는 데 비해 시장은 즉각적으로 가격을 책정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