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가 ‘집단휴진 강요혐의’와 관련 현장조사를 위해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 내 사무실로 들어가고 있다. [뉴시스] |
내홍에 휩싸인 의료계가 무기한 휴진이란 강공 카드를 계속 고수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명분이란 동력이 약화되고 있어서다.
교수, 의대생, 전공의, 개원의 등 의사 사회 내 존재했던 직역간 입장 차가 대한의사협회(의협)의 ‘전면 휴진’ 돌발 선언을 계기로 분수처럼 쏟아져 나오는 형국이다. 이른바 ‘빅5’ 병원 중 첫 무기한 휴진을 선언했던 서울대병원은 일정 재조정에 들어갔고, 의협은 ‘우리가 졸이냐’는 회원들의 비판에 직면했다. 전공의들은 의협 주도의 ‘단일협의체’에 불참 의사를 밝혔다.
20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서울의대 교수들은 ‘휴진’을 계속 이어나갈지에 대해 재논의에 들어갔다. 당초 서울의대 교수들은 6월 17일부터 ‘무기한 휴진’을 선언했으나 내부에서부터 ‘휴진은 무의미하다’는 반발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는 상태다. 실제로 강희경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 기자들 앞에서 ‘1주일 휴진’을 언급했으나, 비대위가 공식적으로 이를 부인하는 상황이 빚어지기도 했다. 휴진에 대한 의견차가 비대위 내부에서조차 있는 셈이다.
이 같은 분위기는 서울대병원 진료율에서도 확인된다. 휴진 첫날이었던 17일은 진료가 크게 감소했다. ‘첫날’이라는 의미에 교수들 다수가 휴진에 동참했기 때문이다. 다만 이튿날인 18일부터 휴진일이 길어지면서 진료율은 전공의 이탈 이후 수준으로 회복된 것으로 알려진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병원 휴진이 선언됐지만 자기 환자들이 있는 교수들이 많다. 환자들을 두고 의사인 교수들이 이들을 외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빅5’ 병원의 경우 무기한 휴진을 예고한 곳은 세브란스병원(27일부터)과 서울아산병원(7월 4일부터) 등이다. 서울성모병원·삼성서울병원은 교수 총회를 열고 무기한 휴진을 결정할 계획이다. 관건은 가장 선두에 서서 ‘빅5 무기한 휴진’ 카드를 꺼내들었던 서울대병원 교수들이 무기한 휴진을 철회하느냐 아니냐로 쏠린다. 의대 교수들이 무기한 휴진을 선택한 목적인 정부의 ‘태도 변화’가 가능하겠느냐는 현실적 회의론도 의사 사회 내에 퍼져 있다.
의협의 돌발적인 ‘27일부터 전면휴진’ 선언 역시 의사 사회 분열의 촉매제가 됐다. 사전에 의협 임원들과 협의가 전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미 이동욱 경기도의사회장 등이 입장문을 내고 반발한 상태다. 개별 사정이 있는 개원의들은 휴진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인데, 사전 협의도 없이 의협이 ‘전면 휴진’을 발표하면서 반발이 거세다.
의협 주도로 만들어질 ‘범의료계 대책위원회(범대위)’는 출범 전부터 삐걱대고 있다. 전공의들이 범대위에 참여치 않겠다고 선언을 하면서다. 여기에다 정부는 의협에 대해 ‘해산 명령’을 하겠다고도 밝힌 바 있다. 현재 국회 의석 수 상 법률 단체인 의협을 해산하기는 쉽지 않지만, 현 정부는 사태 초기부터 의협을 협상 파트너로 인식치 않아왔다. 정부와의 협상에 필요한 의사 사회 내 ‘단일창구’ 구성이 난항을 겪으면서 의정갈등 출구 찾기 역시 실마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홍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