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부진) 구간에 진입하며 2차전지 소재기업 주가 흐름이 부진한 가운데 사모펀드(PE) 업계는 반등세를 보이기 전 시점인 현재가 투자의 적기라고 내다보는 분위기다. 주로 대규모 설비증설이 필요한 소재기업에 자금이 쏠리는 모습이다.
2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천보, 엔켐, 솔브레인 등 2차전지용 전해액 제조사는 최근 설비증설 및 운영자금 마련 등의 목적으로 PEF 운용사로부터 펀딩(자금조달)을 진행 중이다. 이들 기업이 재무적투자자(FI) 등 우군으로부터 조달받는 실탄은 약 4500억원 내외다.
염·용매·첨가제로 구성된 전해액은 안정성 확보를 위해 배터리 개발단계서부터 전해액·배터리업체가 협력해 전해액을 공동 개발한다. 다만 저마진 박리다매 구조산업인 탓에 선제적으로 생산능력(CAPA)을 크게 높여놓은 뒤, 드럼·ISO(이동형 표준 용기) 벌크 판매로 수익창출을 도모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때문에 캐파를 늘리는 마중물을 공급받기 위해 PEF 운용사 등 외부 투자자로부터의 자금조달 수요가 발생한다.
최근 천보는 2년 전 발행한 전환사채(CB) 차환을 목적으로 총 3000억원 규모 투자금 유치 작업을 진행 중이다. 기존 투자자들이 내년 초부터 조기상환 청구가 가능해져 선제적 자금조달에 나섰다. CB 전환가액은 31만8150원으로 설정됐다.
외부서 투자금을 유치하는 작업과 병행해 천보 오너 또한 1000억원 상당을 출연할 예정으로 파악된다. 이외에 천보 측은 현재 배터리·모빌리티 크레딧펀드(PDF)를 각각 운용 중인 JKL파트너스-IMM크레딧앤솔루션 컨소시엄을 포함해 KB증권 등 복수의 재무적투자자(FI)로부터 투자제안을 받아본 상태다.
솔브레인은 제이앤프라이빗에쿼티(PE)로부터 지난주 1500억원 상당의 자금조달을 마무리했다. 해외법인을 지배하는 국내 중간지주 솔브레인네트워크가 발행한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매입하는 구조다. 솔브레인네트워크는 미국·말레이시아·헝가리 등 해외법인의 모회사로 미국법인 공장증설 수요로 인해 FI와 조력하게 됐다.
마찬가지로 엔켐은 미국법인 설비투자금 마련 명목으로 지난해 복수의 PEF 운용사 등으로부터 약 2000억원 규모 펀딩을 마쳤다. 다만 해외설비 단계적 증설 과정 중에 있어 향후에도 자본시장과의 소통 확대가 기대된다.
당시 우리프라이빗에쿼티자산운용, 파라투스인베스트먼트, 산은캐피탈, 시냅틱인베스트먼트 등이 엔켐의 우군으로 나섰다. 한국·중국·유럽·미국 등지에 생산거점을 둔 엔켐은 북미 시장에서 65만톤 규모의 전해액 생산능력을 확보해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에 대응할 예정이다. 때문에 투자업계에서는 엔켐이 목표 캐파를 갖출 때까지 FI의 도움이 추가로 필요할 것으로 내다보고 투자기회를 엿보는 분위기다.
IB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주요 4대소재 중 하나인 전해액은 공정과정서 유해물질이 사용돼 공장 인허가 절차가 까다롭고 수천억원대 초기자금이 필요해 진입장벽도 높다”며 “일찌감치 텃밭을 다져놓은 국내 업체들이 사업확장을 위해 자금이 필요한 경우가 많아 매력적인 투자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아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