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ECB) 건물에 휘날리는 유럽기들. [로이터] |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유럽 회원국들이 인구 고령화, 국방비 추가 지출, 기후 변화 등 요인으로 재정 부담에 직면한 가운데 유럽중앙은행(ECB)이 부채 수준을 줄이는 것이 시급하다고 경고했다.
19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ECB 관계자들은 7200억유로(약 1069조9000억원) 규모의 추가 예산을 편성하기 위해서는 회원국들이 GDP 대비 평균 5% 수준의 부채를 감축해야 할 것으로 추산했다.
ECB는 지구 온난화가 산업화 이전 수준으로 제한되지 않으면 기후 변화 대처 비용이 훨씬 더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촉발된 에너지 위기 등으로 유럽 국가들이 가계와 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지출을 늘린 것도 부채 증가 요인으로 지목됐다.
ECB는 “부채 조정이 연기될수록 궁극적인 비용은 더 커질 것이기 때문에 안주할 여지가 없다”며 “특히 금리 인상과 관련 위험에 직면한 고부채 국가들에서 이런 조치가 즉각 취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ECB는 벨기에, 아일랜드, 핀란드 등 국가의 경우 1990년대부터 10년 넘게 이자 지불금을 제외한 예산 흑자를 국내총생산(GDP)의 5% 이상으로 집행했다고 지적하면서 “재정 조정이 전례가 없던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같은 추가 예산 집행이 자국에서 디지털화 등 긍정적인 파급 효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ECB는 덧붙였다.
이에 ECB는 2070년까지 고령화, 기후 변화, 국방비 지출 증가 등의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올해부터 국가별로 GDP 대비 평균 3% 수준의 추가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2070년까지 공공부채 수준을 GDP 대비 60% 이내로 낮추려는 데 따른 것으로, 회원국들마다 GDP 평균 2% 수준의 절약이 자체적으로 필요하다고 ECB는 설명했다.
FT는 “ECB가 제시한 2070년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 국가별로 절약해야 할 예산 규모는 상이할 것으로 보인다”며 “슬로바키아의 경우 GDP 대비 10%를, 스페인은 8%의 절약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됐고 에스토니아, 크로아티아, 그리스, 키프로스는 GDP 대비 2% 미만의 절약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ECB의 이번 발표는 같은 날 EU 집행위원회가 프랑스를 비롯해 벨기에·이탈리아·헝가리·몰타·폴란드·슬로바키아 등 7개 회원국의 ‘초과 재정적자 시정절차(EDP)’ 개시를 EU 이사회에 제안하면서 공공 재정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진 가운데 나온 것이라고 FT는 전했다.
EDP는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3%, 공공부채가 GDP의 60%를 초과하는 회원국에 재정건전성을 강제로 높이는 절차다. 이사회에서 EDP 개시가 결정된 회원국은 4년간 부채와 적자를 줄일 계획을 제출해야 하고 이행 상황에 따라 GDP의 0.1%를 해마다 벌금으로 내야 할 수도 있다.
실제로 지난해 프랑스의 이탈리아의 재정적자는 GDP대비 각각 5.5%, 7.4%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