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안건 자료집을 보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양근혁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당대표 연임 기정사실화 분위기 속 사퇴 시점을 고민하는 가운데 당내에선 전당대회 “흥행카드가 없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권주자급 인사들이 차례로 당권 도전 의사를 밝히면서 컨벤션효과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국민의힘 전당대회와 비교해 역동성이 떨어진다는 지적 때문이다.
21일 민주당 안팎에서는 오는 8월 18일로 예정된 전당대회를 앞두고 이 대표의 연임을 저지할 경쟁자가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잠재적 당권 주자로 거론됐던 김부겸 전 국무총리와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잠행을 이어가고 있고, 대선 후보와 당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했던 박용진 전 의원도 이번 전당대회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국민의힘에서는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장관이 당권 도전 의사를 밝혔고, 5선 수도권 중진 나경원·윤상현 의원도 가세하면서 정치권 거물들의 경쟁 구도가 만들어지고 있다.
한 민주당 중진의원은 이날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8월 당대표 경쟁에는 사실상 흥행할 수 있는 방안이 없다”며 “본래 전당대회는 치열하게 경쟁하고 용호상박을 보여줘야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법인데, 현재 이 대표와 겨루기 위해 나설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 보나마나 한 결과가 나올 것”고 말했다. 그는 “이 대표가 안 하면 정청래 최고위원이 당 대표를 하게 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는데 그건 납득하지 못할 의원들이 많다”며 “이 대표 연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의원도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상대적으로 이슈를 더 많이 가져갈 수밖에 없다”면서도 “그렇다고 해도 이 상황을 바꿀 방법은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전당대회 최고위원 선출에서도 계파 간 경쟁 등 정치적 역동성을 보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미 당내에선 ‘친명(친이재명) 2기’ 지도부를 전제로 최고위원에 출마할 후보군이 거론되고 있다. 이 대표의 러닝메이트로 언급되는 김민석 의원과, 출마 의사를 밝힌 민형배 의원 등은 당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아울러 강선우·한준호 등 친명계 의원도 최고위원에 도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 초선 의원은 헤럴드경제에 “최고위원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야 많겠지만 지금 같은 친명 일극 상황에서는 그동안 선명한 행보를 보여온 사람이 아니면 선뜻 나서기가 어렵다”며 “괜히 나왔다가 욕만 먹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대표의 무난한 연임과 친명 체제의 지속이 대선까지 안정적인 당 운영을 하는 것에는 유리하다는 의견도 있다. 당권을 둔 경쟁이 분열을 촉발할 수 있다는 것. 한 민주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총선 대승을 거둔 민주당이 이 기세로 가기 위해선 단합이 중요하다”며 “현재 국민의힘과 같은 큰 인물들의 당권 경쟁은 당내 불화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꼭 좋은 것인지 모르겠다. 흥행만이 전부는 아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