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과학계 난리났다” 6년→2년 연구평가 단축…출연연 줄세우기 현실화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연구 자율성을 보장한다고 공공기관에서 해제한다면서 평가를 2년마다 하겠다는 것은 오히려 출연연을 더 옥죄는 행태다.”

“기관장들의 인센티브와 연동돼 있는 상황에서 평가 주기 단축은 장기적 연구보다 단기평가에만 몰입하게 되는 상황을 만들 것.”(과학기술 출연연 관계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준비 중인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혁신방안에 ‘경영연구개발평가’를 기존 3년과 6년에서 2년으로 통합 시행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연구현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21일 헤럴드경제 취재에 따르면 내년부터 적용되는 출연연 혁신방안에 기관 평가가 2년 통합평가 방식으로 변경될 전망이다. 과기정통부는 오는 28일 열리는 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출연연 혁신안의 심의·의결을 받을 예정이다. 현재 출연연 평가는 기관 경영평가 3년 연구(R&D)평가는 6년 주기로 시행돼왔다. 기관 운영분야는 기관 행정을 중심으로 혁신성, 사회기여도 등을 평가하고 연구분야는 각 연구기관별 특수성을 고려해 평가하고 있는 것.

과학기술 정부출연연구기관 연구 모습.[헤럴드DB]

2년 주기 평가는 정성평가가 불가능해져, 평가위원회에서 제시하는 정량지표에 따라 운영할 수 밖에 없다는 문제점이 가장 크다. 기존 절대평가 방식이 아닌 상대평가로 전환되면 출연연 연구현장의 특수성을 반영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매우 크다. 더욱이 질적성과 중심 평가가 단기 연구성과 및 운영 중심의 양적 평가에 치우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기관 경영평가는 출연연 기관장의 인센티브와 연동돼 있어 장기적 연구개발보다 수월한 목표를 설정해 평가에만 올인하게 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출연연 기관장들은 연봉에 경영 평가 인센티브가 포함돼 있다. 현행 평가등급인 최우수, 우수를 받으면 추가로 인센티브를 더 받게 되고 미흡을 받으면 받은 인센티브를 돌려줘야만 한다. 기관장들은 인센티브는 물론 연임 가능 자격을 부여받는 혜택 때문에 취임 초기부터 태스크포스(TF)를 구성, 외부 컨설팅업체를 통해서 경영 및 연구 평가에 적극적 대응을 해오고 있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연구개발 혁신방안을 발표하고 있다.[과기정통부 제공]

출연연 한 관계자는 “평가에는 민간업체 CEO들이 민간위원으로 참석하는 경우가 많고 업체들 간에 네트워크를 통해서 평가위원회의 기조, 내용 등을 피평가기관들이 평가위원회 구성, 평가내용 등을 사전에 입수할 수 있어 컨설팅을 받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면서 “보고서 중심의 평가체제로 컨설팅 업체를 통해 ‘포장만 잘하면 되는’ 관행이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의 의도는 상대평가를 통해서 출연연 줄세우기 및 이에 따른 예산 차등 비율 반영하겠다는 것으로 결국 과기정통부에 대한 기관장의 로비력에 따라 좌지우지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덧붙였다.

전국과학기술노동조합 관계자는 “이는 과거 평가로의 회귀이며 불필요한 행정업무 부담과 연구활동을 단기성과를 지향하게 만들 수 있어 결국 과학기술 발전을 저해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에 대해 과기정통부는 “출연연 특성에 맞는 책임경영 체계 구축을 위한 최소한의 점검방식이 반영될 예정”이라면서 “추가적 현장의견 수렴과 논의를 거쳐 다음주 중 최종안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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