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희 고용노동부 차관이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자신의 이임식에서 직원들에게 마지막 당부를 전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제공] |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우리의 핵심 과제인 일자리 창출과 노동개혁은 단시간 성과가 나타나는 과제는 아닌 만큼 당장은 알아주지 않더라고 좌고우면하지 않고 묵묵히 일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가장 어렵지만, 우리 부가 가장 잘 해온 것이기도 합니다.”
이성희 고용노동부 차관은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자신의 이임식에서 고용부 직원들에게 이같은 마지막 당부를 전했다. 이 차관은 “우리 부가 추진하는 노동개혁은 우리나라가 지속 가능한 선진국으로 가기 위한 가장 중요한 과제”며 “노사법치를 확립하고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개선해서 우리 경제의 활력을 끌어올리고 일자리 창출력을 강화하는 것이 노동 개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1년 전 우리의 노동개혁 취지는 큰 난관을 만나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면서 “노동개혁을 사회적 대화로 풀어가는 해법을 찾아 그 난관을 극복했고 이제는 사회적 대화를 통한 노동개혁 논의가 시작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이 차관은 노정관계가 최악의 상황이던 지난해 7월 3일 취임했다. 당시 꼬일대로 꼬인 노정관계는 대화의 물꼬를 트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한국노총이 그 해 5월 포스코 광양제철소 앞에서 벌어진 김준영 금속노련 사무처장 강제진압에 반발해 6월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불참을 선언했고, 윤석열 정부가 추진한 노동시장 개선방안이 ‘주 최대 69시간’으로 인식되며 이에 대한 국민적 반발도 거셌다.
그럼에도 이 차관은 언론과 소통의 기회가 있을 때마다 ‘사회적 대화’를 통해 노동개혁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꺾지 않았다. 그 해 11월 한국노총은 불참 선언 5개월 만에 다시 사회적 대화에 복귀했고, 노사정 2·6 합의에 성공했다. 공교롭게도 이날 경사노위는 ‘일·생활 균형위원회’를 발족했다. 일·생활 균형위원회는 장시간 근로를 줄이고 기업의 생산성과 근로자 삶의 질을 함께 증대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의제별 위원회다.
노동계가 다시 대화의 테이블로 돌아선 건 이 차관의 공이 컸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 차관은 이날 “당시 긴장된 나날의 연속이었지만 여러분과 머리를 맞대며 얽힌 실타래를 하나씩 풀어왔던 경험은 제게는 큰 보람이자 값지고 소중한 기억으로 남을 것”이라며 소회를 남겼다.
이성희 고용노동부 차관 이임식 행사장 입구, 직원들이 이 차관에 전하는 마지막 편지 중 하나 [사진=김용훈 기자] |
이 차관은 이어 지난 1년여 동안의 재임기간 자신과 고용부 직원들이 이뤄낸 성과에 대해 “그렇게 우리가 노력한 결과 우리 노동현장에 조금씩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노사를 불문하고 불법·부조리에 엄정 대응해서 노사법치가 확립되고, 노사관계도 안정돼 가고 있다”며 “고용률은 역대 최초로 70%를 기록하고 있고, 그간 어려움이 많았던 청년의 고용률과 체감실업률,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개선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앞으로 해야 할 일은 더욱 많아 보인다”며 “저는 함께하지 못하지만, 국민의 시각에서 다른 부처와 함께 공통의 대안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어 그는 “우리 부가 워낙 바쁘다 보니. 당장의 현안에만 매몰되는 경우가 더러 있다”면서 “시장흐름과 국제추세는 어떠한지, 이슈는 무엇인지, 바쁜 와중에도 변화를 놓치지 않고 열린 생각으로 소통하시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취임식이 열린 행사장 앞에는 편지지가 마련돼 행사에 참석한 고용부 직원들이 이 차관에 마지막 편지를 남겼다. 박원아 고용부 산업안전기준과장은 편지를 통해 “합리적인 시각으로 정책을 살펴봐주시고, 필요한 내용을 짚어주신 덕분에 힘내서 즐겁게 일할 수 있었다”며 이 차관에 감사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