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운행중 고개 ‘툭’…쓰러진 기사, 시민들이 살렸다

인천 미추홀구 한 도로에서 버스 운행 중 쓰러진 기사. [경찰청 유튜브 영상]

[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 퇴근길 버스를 운행하던 기사가 운전석에서 갑자기 정신을 잃고 쓰러졌지만, 시민들이 신속히 대응해 인명 피해를 막은 사연이 전해졌다.

경찰청은 지난 20일 유튜브 공식 채널에 최근 인천 미추홀구 한 도로에서 발생한 사건 관련 영상을 올렸다.

영상을 보면 퇴근길 승객들을 태우고 달리던 버스기사 A씨가 주행 중 갑자기 어지러운 듯 고개를 푹 숙였다. A씨는 다시 정신을 차리고 운전대를 잡았지만 얼마 못가 다시 고개를 떨군 채 몸을 가누지 못했다.

이에 버스가 ‘덜컹’하며 멈춰 서자 놀란 승객들은 하나둘씩 자리에서 일어나 A씨 주변으로 모였다.

한 승객이 “괜찮으시냐”고 묻자 A씨는 “괜찮다. 조금만 혼자 쉬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상을 감지한 승객은 “나와서 밖에서 저희랑 같이 있자”며 함께 버스 밖으로 나갔다. 승객들은 휘청거리는 A씨를 부축했고 구급대원이 도착할 때까지 곁에서 상태를 살폈다.

[경찰청 유튜브 영상]

알고 보니, A씨는 급격한 저혈당 쇼크로 의식을 잃어가고 있었던 상황이었다.

저혈당 상태가 되면 뇌와 신경 기관으로 가는 포도당이 부족해지며 현기증, 의식 소실, 혈압 상승, 가슴 두근거림, 식은땀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A씨는 신고받고 출동한 119구급대원들에 의해 무사히 병원으로 이송됐다. 현재는 건강을 회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당시 도로 한가운데 멈춰 선 버스가 문제였다.

퇴근시간이라 도로가 혼잡한데다 좁은 편도 2차선 도로에 버스가 우회전 차로를 막고 있어 차량 통행을 어렵게 하고 그 사이를 지나는 보행자 안전도 위협하는 상황이었다.

경찰관이 버스를 몰아 이동시키려 했지만 버스에 공기가 차 그마저도 쉽지 않았다.

이에 경찰은 주변 시민들에게 버스의 공기를 빼고 운행할 수 있는 이를 수소문했다. 다행히 버스 운행을 할 수 있다는 시민이 나타나 버스를 안전한 곳으로 옮겼다.

인천 미추홀경찰서의 나호선 경위는 “만약 시민들이 ‘나 몰라라’ 하고 가버렸다면 버스기사님 생명에 지장이 있지 않았을까 할 정도로 위중한 상황이었다”며 “시민들이 많은 도움을 주시고, 구급대원과 관계자분들이 잘 치료해주셔서 A씨는 호전된 상태”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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