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19일 금수산영빈관에서 회담이 진행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0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북한과 러시아가 지난 19일 체결한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북러 조약)이 어느 수준까지 확장 가능한지를 두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조약의 ‘군사 원조’ 조항이 우크라이나 전쟁이나 한반도 갈등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 미지수라는 지적이다.
20일(현지시간) AP통신은 전날 북한이 러시아와 체결한 조약 전문을 공개했지만 “그것이 양국 관계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는 아직 불확실하다”고 평가했다.
가장 주목 받는 내용은 조약 제4조다. 총 23조로 이뤄진 조약 중 제4조는 ‘쌍방 중 어느 일방이 무력 침공을 받아 전쟁 상태에 처하게 되는 경우 법에 준하여 지체 없이 자기가 보유하고 있는 모든 수단으로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AP는 “냉전 이후 체결된 양국의 가장 강력한 협정을 의미할 수도 있지만 안보 공약이 얼마나 강력한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고 전했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도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이나 향후 한반도 갈등에서 이 합의문이 어디까지 확대될 지를 두고 분석하고 있다”며 “러시아가 핵 개발 중인 북한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징후에 일본과 한국을 뒤흔들었다”고 보도했다.
다만 군사 원조가 유사시 자동 군사 개입 수준은 아닐 것이라고 AP는 분석했다. AP는 “러시아는 북한에 군대를 주둔시키고 있지 않다”며 “북한이 러시아 무기를 공급하고 있다는 주장을 제외하고는 두 국가는 공동 군사 활동과 조정에 있어 확립된 전력이 없다”고 설명했다.
AP는 전문가들을 인용, “합의문은 상징적인 발언들로 이뤄졌지만 실무에서는 해석의 여지가 많다”며 “러시아가 자동적 군사 개입을 약속했는지 여부가 아니라 북한 무기의 러시아 이전과 러시아 군사 기술의 북한 이전 가능성이 관심사”라고 지적했다.
북한을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9일 평양에서 회담을 마친 뒤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북한 방문을 마친 뒤 다음 행선지인 베트남으로 향했다. [연합] |
두 정상 간에 미묘한 입장 차이도 있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번 합의로 양국 관계가 동맹 수준으로 격상됐다고 주장한 반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를 동맹이라고 부르지 않았다. AP는 “북한 관영 매체들은 군사, 외교 정책, 무역 분야에서 광범위한 협력을 포함하는 합의문을 공개했다”며 “반면 러시아는 합의문을 공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약이 한반도 위기감을 고조시키는 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아시아학 선임연구원은 NYT에 “아마도 우리가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관계가 더 장기적일 것이고, 합의보다 전략적일 수도 있기에 더 위험하다고 생각한다”며 “우리는 각 나라가 서로를 지지하는 방향으로 어디까지 나아갈 지에 대한 매개변수를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러시아와 동아시아 관계를 전문으로 다루는 제임스 D.J. 브라운 템플대 도쿄캠퍼스 정치학과 교수도 이번 정상회담이 “러시아가 제재 자체를 이행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훼손하고 있으며 북한이 제재를 회피할 수 있도록 도울 것임을 확인시켜 준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