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행인이 일본 도쿄의 주식시장 전광판을 지나가고 있다. [EPA] |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일본은행(BOJ)이 기준금리를 동결한 이후 일본 엔화의 약세가 다시 두드러지면서 일본 당국의 엔화 매수 개입에 대한 경계감이 높아지고 있다.
2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BOJ가 지난 14일 통화정책회의에서 현재 0.0~0.1%인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채권 매입 축소에 대한 세부 사항은 제시하지 않아 엔화 하락 폭이 다시 커졌다고 보도했다. 중국 채권 수익률의 급격한 하락 또한 엔화와 다른 아시아 국가의 통화를 약화시켰다.
이날 뉴욕 외환시장에서는 한때 엔/달러 환율이 장중 2개월래 최저치인 158.95엔까지 하락하며 지난 4월 기록한 심리적 마지노선인 160엔에 가까워졌다. 미국 등 주요 국가와 일본의 금리 차이가 지속되고 있고, 미 정부가 1년 만에 일본을 환율 관찰대상국으로 재지정하며 엔화 가치가 급격히 하락했다.
카도다 신이치로 바클레이스증권 전략가는 “미국과 일본의 금리 격차가 일정 임계치를 초과하는 한 금리차가 다소 좁혀지더라도 캐리 트레이드(Carry Trade·금리가 낮은 통화로 자금을 조달해 금리가 높은 나라의 금융 상품 등에 투자함으로써 수익을 내는 거래)로 인한 엔화 매도세가 줄어들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엔/달러 환율이 연말까지 160엔 근방에서 거래될 것”으로 예상했다.
일본 재무성은 지난 4~5월 엔화 약세를 저지하기 위해 약 627억달러(약 87조원)의 엔화를 매수하는 외환시장 개입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JP모건 전략가 다나세 준야와 사이토 이쿠에는 보고서에서 “외환시장에서 ‘지나친’ 움직임이나 ‘투기적’ 움직임, ‘경제 펀더멘털에서 벗어난’ 움직임이 있다고 판단되면 재무성은 다시 개입할 준비가 돼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환율의 움직임 속도와 함께 투기적 엔화 매도 주도 등의 성격이 개입을 결정하는 열쇠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일본 당국은 최근 몇 주 동안 외환 개입에 대해 비교적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모습이다. 앞서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상은 지난 7일 “당국이 통화 움직임을 계속 주시하고 있지만 개입은 제한적으로만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는 “당국의 환율 개입은 극히 드문 것이어야 한다”는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의 발언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헬렌 기븐 마넥스 외환 트레이더는 “통화 당국이 엔화 시세를 포기하고 있다는 확신이 깊어지고 있다”며 “현재 미국과의 금리 격차는 지금 당장 해소하기에는 너무 크고, 연내 미국 금리 인하가 단 한 차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는 점을 감안할 때 상황이 곧 개선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