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노아름 기자] 올 연초부터 자본시장에는 SK온을 둘러싼 시나리오가 무성했다. 지난해 대규모 투자유치가 무색하게 또다시 자금줄이 말라갔던 까닭에서다. SK온은 한 차례 더 재무적투자자(FI)의 도움을 받으려 했으나, 앞선 투자유치 과정서 책정된 몸값이 현재 시장의 눈높이에 못 미치자 국내외 기업공개(IPO) 카드 또한 논의 테이블에 올렸다.
투자업계에서는 얼어붙은 투심에도 불구, SK그룹이 계열사 매각 혹은 투자유치를 통해 SK온 살리기에 주력할지 혹은 리스크를 단절해 위기 근간을 없앨지 여부에 관심을 보여 왔던 바 있다.
2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SK E&S와의 합병설에 대해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하여 합병 등 다양한 전략적 방안을 검토 중이나,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 없다”고 공시했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는 지주사 SK㈜의 자회사이면서, 공통적으로 SK그룹의 중간지주 역할을 하는 회사다.
SK그룹은 전기차 고속충전 사업을 영위하는 SK일렉링크를 비롯해 배터리용 분리막 제조사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지분매각 등 모빌리티·배터리·에너지 계열사 구조재편 방안을 고심해왔다. 일련의 행보는 SK온 살리기 차원에서 검토된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로 투자업계에서는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부진)이 SK온에 독이 됐으며, 저가 공세에 나선 중국 배터리 회사에 밀리지 않기 위해서는 외부 도움이 절실하다고 바라본다.
다만 SK온은 올해 다시 시작한 자금조달 작업에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MBK파트너스 컨소시엄으로부터 상장전지분투자(pre-IPO) 과정에서 책정된 기업가치 22조원에 선뜻 동의하는 잠재적 투자자가 부재한 영향에서다. 모건스탠리와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JP모건 등 글로벌IB 세 곳이 1조원대 투자유치 시도에 나선 상태다.
자금조달 난항을 겪는 SK온은 이 과정에서 10분기 연속 적자를 내며 SK이노베이션 부담을 키우고 있기도 하다. SK온을 지배하는 SK이노베이션의 올 1분기 순차입금은 18조5744억원 상당이다. 때문에 도시가스·발전사업 등 안정적 포트폴리오를 갖춘 SK E&S 활용카드를 꺼냈지만 합병비율 산정과 주주간 상이한 이해관계 조율 등 과제가 산적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SK그룹은 배터리·에너지·발전사업 이외에도 리밸런싱 작업이 한창이다. 비교적 빠르게 새주인을 찾은 계열사도 있지만 대부분 협상진척에 난항을 겪는 모양새다.
SK네트웍스는 지난 20일 이사회 개최해 자회사 SK렌터카 지분 100%를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에 매각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내달 본계약 체결을 거쳐 연내 거래종결이 예상된다. 이외에 티빙과 웨이브 합병 건은 주주간 이견으로 관련 절차 진척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SK그룹은 오는 28일부터 이틀간 경영전략회의를 개최하는데 이 자리에서 사업재편을 포함해 계열사 지분매각 등 여러 그룹 현안이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