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23일 국회에서 당 대표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김진·신현주 기자]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3일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국민의힘을 만들기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 것으로 진짜 책임을 다하려 한다”며 7·23 전당대회 당대표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한 전 위원장의 당권 도전 선언은 총선 참패 책임을 지고 지난 4월10일 사퇴한 지 75일 만에 이뤄졌다. ‘수평적·실용적 당정관계 재정립’을 전면에 내건 한 전 위원장은 당대표 선출 시 ▷채해병 특검법 발의 ▷특별감찰관 추천 ▷제2부속실 즉시 설치를 약속했다. 또 자신의 대권 도전 가능성에 대해서는 “3년 뒤를 생각했다면 지금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 전 위원장은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당대표 선거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 우리는, 국민의 눈높이에서 민심에 반응하고 있습니까”라고 반문하며 출사표를 던졌다.
한 전 위원장은 “그토록 염원했던 총선 승리였지만 결과는 너무도 뼈아팠다. 오로지 저의 책임”이라면서도 “그런데 지금 우리는 변화하고 있습니까”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두 달은 반성과 혁신의 몸부림을 보여드렸어야 할 골든타임이었다”며 “그런데 우리는 국민의 요구에 묵묵부답, 오히려 퇴보하는 모습만을 보여드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두 달간 복기와 성찰의 시간을 보내면서 이러한 국민의 준엄한 요구를 생각했다”며 “고심 끝에 저는, 오랫동안 정치에 복귀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바꿨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시기의 국민의힘 당대표는 할 수 있는 것도 없고 죽기 딱 좋은 위험하기만 한 자리라고들 한다”면서도 “저는 용기 내어 헌신하기로 결심했고, 결심했으니 주저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어 “제가 총선 내내 진심을 다해 외친, 민심에 반응하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국민의힘을 만들기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 것으로 진짜 책임을 다하려 한다”며 “당정관계를 수평적으로 재정립하고 실용적인 방향으로 쇄신하겠다”고 말했다.
한 전 위원장은 보수정치 재건을 위해 풀뿌리 정치 부활,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여연)의 정책기능 강화 등을 제안했다. 풀뿌리 정치 부활과 관련해서 그는 “우리의 원외 정치신인들이 평소에도 지역 현장에서 민심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생활 정치를 할 수 있도록, 원외 정치인들의 현장사무실 개설 허용을 제안 드린다”고 말했다.
또 자신이 총선 기간 약속했던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포기, 금고형 이상 시 세비반납 등 ‘정치개혁 시리즈’ 공약 이행 의지도 재확인했다. 여연에 대해서는 “여의도연구원 자체뿐 아니라 보수, 중도의 수준 높은 민간 브레인들에 정책과 전략에 대한 아웃소싱을 활성화하겠다”고 했다. 이 밖에도 한 전 위원장은 ▷외연 확장 ▷저출산·지방소멸·연금개혁 등 시대적 비전 제시 ▷여소야대 정국 타개 등과 관련한 자신의 구상을 피력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23일 국회에서 당 대표 출마 선언을 마친 뒤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 |
한 전 위원장은 회견을 마친 뒤 더불어민주당이 재추진 중인 채해병 특검법, 김건희 여사에게 제기된 각종 의혹에 관한 특검에 대한 전향적인 입장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채해병 특검과 관련해서는 “국가에 봉사하던, 의무 복무하던 젊은 군인이 돌아가셨다. 집권당을 이끌었던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대단히 죄송하고,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한 전 위원장은 “우리 보수는 안보에서 다른 정치 세력에 뒤지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그 안보의 핵심 중 하나가 나라를 위해서 봉사하고 헌신하는 분들에 대한 처우와, 그 분들에 대한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런 면에서 집권여당과 정부가 크게 반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 사건을 계기로 해서 그 이전과 이후가 나눠질 수 있도록 재발방지와 처우개선책이 집중적으로 논의돼야, 실천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채상병 특검법과 관련해서는 국민들이 의구심을 가지고 계신다. 그 의구심을 저는 풀어드려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위원장은 “특검을 반대하는 논리는 법리적으로나 정무적으로나 논리적”이라면서도 “국민들의 의구심을 풀어드릴 만한 여러 번의 기회를 아쉽게도 실기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 국민의힘이 특검을 반대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진실규명을 위한 특검을 우리 국민의힘이 나서서 추진해야 한다는 게 제 생각”이라고 밝혔다.
한 전 위원장은 “제가 당대표가 되면 국민의힘에서 진실규명을 할 수 있는 특검법을 발의하겠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만약 민주당이 무조건 민주당이 고르는 특검으로 해야 한다고 한다면 그 속내가 진실규명이 아니라, 정략적이라는 것을 자인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건희 여사에게 제기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명품백 수수 의혹과 관련한 특검법의 입장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주가조작 의혹은) 이미 항소심 판결이 임박한 상황이고, 가방 사안 같은 경우 사실관계는 대부분 드러난 상태에서 법리 판단만 남은 문제여서 지금 단계에서 특검을 도입하 문제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다만 “집권여당과 정부가 국민들의 걱정을 덜어드려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제가 당대표가 되면 특별감찰관을 더 이상 미루지 않고, 국민의힘이 적극적으로 추천하겠다”고 밝혔다. 또 “투명성 제고를 위해서 제2부속실을 즉시 설치하자고 강력히 요구드리겠다”며 “안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윤심(尹心·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이 다른 후보에게 있다’는 여권 일부 해석에 대해서는 “저는 공적관계는 공적으로, 공개적으로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며 “공적관계에서 사적인 친소관계가 관심의 대상이 돼고, 그 여부가 공적 결정의 가부나 결과에 다르게 영향을 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이 23일 국회에서 당 대표 출마선언을 마치고 지지자 응원을 받으며 소통관을 나서고 있다. [연합] |
한 전 위원장은 2027년 3월 차기 대선 출마 의향을 묻는 질문에 “그렇게 3년 뒤를 생각했다면 지금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그런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어 “저는 지금 상황에서 제가 나서는게 당에, 우리 진영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냐, 아니냐 그것만 생각했다”고 했다.
‘2026년 지방선거가 한동훈 체제에서 치러지는가’란 물음에는 “굉장히 먼 미래”라며 “지금 당장은 당의 위기를 극복하고, 승리기반 만드는 것에 집중할 때고 그걸 누가 잘 할 수 있느냐를 판단해야 한다”고 즉답을 피했다. 국민의힘 당헌에 따르면 한 전 위원장이 2027년 3월 대권에 도전할 경우, 당권·대권 분리 규정에 따라 당대표 임기 중반이자 지방선거 전인 2025년 9월 사퇴해야 한다.
한 전 위워장은 “우리 지지층과 당원들은 이길 수 있는 대선후보를 갖는 걸 열망하고 있다”며 “누가 되든 간에 그 시점에, 그 사람이 가장 강력하게 우리를, 우리 지지자들을 대변해서 대선에서 이길 수 있는 후보라는 평가를 받는다면, 저는 누구라도 대선후보로서 자격을 갖추기 위한 행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누군가 1년이 지난 시점에서 상대당을 확실히 이길 수 있는 정도로 국민의 신망을 받는다면, 그 분은 대선에 나와야 한다”고도 했다.
앞서 경쟁 당권주자인 5선의 나경원 의원이 제기한 원외 당대표 한계론에 대해서는 “원내 기준으로만 말하는 건 안일한 생각”이라며 “나 (전 원내)대표님이야말로 원외로 출마하시지 않았나. 두 번이나 시도하신 거 아니냐”고 반박했다. 그러면서도 “나 대표도 제가 열심히 끌어준 분들 아니냐”라며 “저와 충분히 팀워크 잘 맞출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