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극우 국민연합(RN)의 마린 르펜 의원. [AFP] |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오는 30일(현지시간) 조기 총선을 앞둔 프랑스에서 유권자들이 집권당보다 극우 성향의 국민연합(RN)이 내세우는 경제 정책을 더 신뢰한다는 여론 조사 결과가 나왔다.
23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입소스가 지난 19일부터 20일까지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25%가 마린 르펜이 이끄는 RN이 경제 문제에 대해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것으로 믿는다고 답했다.
반면 좌파성향의 신민중전선(NFP)을 가장 신뢰한다는 응답은 22%,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이끄는 중도우파 집권당인 르네상스 연합(앙상블)을 신뢰한다는 응답은 20%로 집계됐다.
생활 수준 향상, 인플레이션 해결, 세금 인하 부문에서도 RN이 모두 1위를 차지했다.
FT는 15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지며 마크롱 대통령의 임기중 성과로 인정받는 실업률에 대해서도 RN에 대한 신뢰가 1위였다고 짚었다.
응답자들은 공공 적자와 부채를 줄일 것으로 기대되는 정당에 대해서도 RN을 택했다. 응답자의 23%가 RN을 지지했으며 마크롱의 르네상스 연합과 NFP에 대한 지지도는 17%로 동률을 차지했다.
이번 여론조사에서 유권자들이 가장 우선시하는 것은 생활 수준 향상이었다.
유권자의 32%가 투표에 있어 생활 수준 향상이 가장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으며 20%가 경제와 공공 재정에 영향을 받는다고 답했고 생활 수준 향상을 이끌어줄 정당으로 RN을 선택한 응답자가 전체의 30%를 차지해 NFP(29%), 마크롱 연정(16%)보다 높았다.
전문가들은 최근의 인플레이션이 현 정부의 명성에 타격을 입힌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극우 정당에 네거티브 공세를 펼치고 있고 집권당이 재정적인 감세 계획을 빍혔음에도 유권자들의 마음을 돌리는데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다.
가브리엘 아탈 총리는 RTL라디오에서 극우나 좌파가 집권할 경우 “경제 재앙이 일어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중도파가 6월 9일 유럽의회 선거에서 대패한 이후 몇 점의 지지율을 얻으며 탄력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브뤼노 르메르 재무장관도 RN 리더인 마린 르펜 원내대표의 경제 정책에 대해 “순진한 마르크스주의로 경제를 파괴할 것”이라면서 “나라가 엉망으로 가고 있다”고 했다.
입소스의 분석가 마티유 갈라드는 “이런 결과는 대체로 RN이 내세우는 ‘정상화’ 전략이 먹혔다는 의미이지만, 한편으로는 프랑수아 올랑드 전 프랑스 대통령 치하의 좌파에 대한 실망과 좌파에 일관되게 반대하지 못하는 마크롱주의에 대한 반발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이런 맥락에서 RN은 크게 유능하지는 않아도 다른 정치 조직보다 덜 유능하지는 않은 정당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RN의 정치 공약이 신뢰할 수준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RN은 총선에 나서며 공공 재정에 대한 감시를 우선하겠다고 밝혔지만 그와 동시에 마크롱 대통령이 64세로 올렸던 연금 수령 연령을 62세로 되돌리고 에너지에 대한 부가가치세를 즉시 인하하겠다고 약속했다.
분석가들에 따르면 이 두 가지 정책만으로도 연간 200억~300억 유로가 소요될 수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전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올리비에 블랑샤르는 RN의 계획이 “재정적으로 무책임하다”고 말했다. 그는 “선물에는 돈이 들지만, (RN의) 프로그램에는 돈이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