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로고. [AFP] |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인공지능(AI) 대장주 엔비디아의 실적이 너무 빠르게 성장하면서 월가의 예측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기업들로부터 신호를 받아 실적을 추정하는데, 엔비디아의 경우 경영진조차 다음 분기 매출을 예상하기 어려워하는 실정이다.
2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2023회계연도 1분기(2023년 2~4월) 반도체 칩 판매가 급증한 이후 2024회계연도 1분기까지 매출이 회사 자체 예상치의 중간값을 평균 13% 초과했다. 지난해 2분기 매출은 회사 예상치를 23% 상회했는데, 이는 2013년 이후 가장 큰 폭의 격차다.
최근 5분기 동안 엔비디아 매출에 대한 애널리스트 추정치는 실제 결과와 평균 12%의 차이가 났다. 이는 분기별 평균 매출이 최소 50억달러(약 7조원)이고, 20명 이상의 애널리스트가 담당하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기업 중 세 번째로 많은 괴리다.
브라이언 콜렐로 모닝스타 애널리스트는 엔비디아의 모델링을 매우 어렵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로 수요가 호황일 때 공급이 가장 불확실한 변수라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지난달 엔비디아의 목표주가를 기존 91달러에서 105달러(약 14만6000원)로 상향 조정했는데, 현재 엔비디아는 약 127달러(약 17만7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콜렐로 애널리스트는 엔비디아의 공급 증대 능력이 꾸준히 향상되고 있다고 가정하고, 2분기 매출 추정치를 최대 40억달러(약 5조5600억원) 높여 잡았다.
엔비디아의 목표주가나 적정가치를 높인 애널리스트는 콜렐로뿐만이 아니다.
벤 레이츠 멜리우스 애널리스트는 지난 21일 엔비디아의 목표가를 125달러에서 160달러(약 22만3000원)로 상향했는데, 올해만 벌써 다섯 번째 조정이다.
회사 경영진과 전문가들의 추정치와 실제 실적 사이의 격차는 투자자들에게도 고민을 안기고 있다. 다른 메가캡 기술주들보다 이익과 매출 성장이 훨씬 뛰어나지만 어느 가격에 사야 할지가 의문인 것이다.
현재 추정치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올해 2분기 매출 284억달러(약 39조5000억원), 이익 147억달러(약 20조4400억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37%, 111% 증가한 수치다. 엔비디아와 시총 상위 경쟁을 벌이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매출은 15%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애플의 매출 증가율은 3%에 그칠 것으로 추정된다.
엔비디아는 S&P 500 지수에서 가장 비싼 주식으로, 12개월 선행 주가매출비율(PSR)이 약 23배에 달하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주가가 156% 상승했으며 지난 18일에는 시가총액이 3조3400억달러(약 4600조원)에 달해 MS와 애플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기업’에 등극했다. 이후 엔비디아 주가는 6.7% 하락해 다시 MS, 애플 밑으로 내려왔다.
엔비디아의 밸류에이션(가치평가) 배수는 높지만 가파른 매출 성장세를 기록하며 추정치가 계속 실제 실적보다 낮다는 점을 고려하면 합리적인 것으로 보인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다만 현재 주가보다는 엔비디아가 회사의 규모 때문에 월가의 성장 기대치를 뛰어넘는 정도가 곧 가라앉기 시작할 것이라는 점이 우려된다고 마이클 오로크 존스트레이딩 수석 시장 전략가는 밝혔다. 그렇게 되면 높은 주가를 정당화하기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오로크 전략가는 “그것이 바로 위험이 발생하는 곳”이라며 “(성장) 속도가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고, 그 추세가 계속될 가능성이 있는 대형주에 대해 높은 가격을 지불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