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국회의장. 임세준 기자 |
[헤럴드경제=양근혁 기자] 우원식 국회의장은 24일 “개헌을 통해 5년 단임제가 가진 갈등의 요소를 없애고, 권력 구조와 정치적·정서적 극한 대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 의장은 이날 오전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토론회 기조연설을 통해 “개헌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이미 충분한 사회적 공감대가 있다. 그중 하나가 5년 단임 대통령에게 과도하게 집중된 권한”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우 의장은 “우리 사회 전반에서 갈등이 극심해지고 있다”며 “삶의 요구가 다양해지고 사회가 분화하면서 갈등의 종류도 많아지고 양상도 복잡해졌다”고 했다. 또 “극심한 갈등의 자장 안에 있기로는 국회도 마찬가지다. 국회가 때로는 갈등의 진원지, 때로는 갈등의 대리인이 되고 있다”며 “그러다 보니 정치는 불신의 대상이다. 불신 받는 정치보다 그로 인한 결과가 더 아프다”고 말했다.
우 의장은 “갈등이 커질수록 정치 불신이 깊어지고 그 결과가 더 좋은 삶에 대한 국민의 실망과 낙담으로 이어지는 것, 이 점이 22대 국회가 직면한 도전, 우리 정치가 해결할 근본적인 과제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두 갈래로 방향을 잡고 있다. 하나는 개헌”이라며 “대통령 권력을 목표로 한 극한 갈등과 대치가 이제는 의회를 넘어 광장으로, 정치인에서 열성 지지자들로 확장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른 하나는 국회가 갈등을 다루는 관점”이라며 “국회에 와있는 여러 현안의 상당수가 갈등 의제다. 앞으로 풀어가야 할 기후, 인구, 지역소멸, 노동 등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이어 “복잡하고 다양한 이해관계와 가치가 얽혀있는 데다가 묵은 갈등도 많다”고 말했다.
우원식 국회의장. 임세준 기자 |
우 의장은 향후 국회 운영에 대한 키워드 네 가지로 ‘현장·대화·균형·태도’를 제시했다. 그는 “저는 현장을 중시한다. 정치의 중요한 덕목이라고도 생각한다”며 “민주주의는 국민의 밥상을 지키는 것이고, 그러자면 정치가 현장에 있어야 한다. 국회 차원에서 현장 중심 정치를 활성화할 방안이 무엇일지 연구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음 키워드는 대화”라며 “대화와 토론이 위축되고 있다고 말씀드렸는데, 국회도 예외가 아닌 것 같다. 주장하고 표방하는 대화는 많은데, 조율하고 조정하는 대화는 줄었다”고 지적했다. 또 “이번 의정갈등 과정에서 비상 진료체계를 유지하기 위해 투입된 재정이 현재까지 약 1조원”이라며 “대화의 실패로 400병상 규모의 지방의료원 4개를 지을 기회를 잃어버린 셈”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사회적 대화, 나아가 사회적 대타협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사회적 대화를 활성화하고 정착시키는 일, 사회적 합의를 모아가는 과정에 국회가 어떻게 역할을 할지 언론인의 지혜도 구하겠다”고 했다.
우 의장은 “갈등의 복판에 있을수록 균형을 찾는 노력이 중요하다”며 “22대 국회를 구성한 민심을 제대로 찾아가는 속에서, 또 한편으로는 여야의 문제가 아니라 입법부와 행정부의 관계 속에서 균형을 이뤄가겠다”고 했다. 그는 “이를 위해 다수 국민과 사회적 약자의 눈으로 정치와 공공의 역할을 살피는 노력, 이해관계자들의 반론과 참여, 성찰과 숙의의 시간을 소홀히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갈등을 줄이려면 태도도 중요하다”며 “상대를 존중하고 서로의 생각을 포용하는 가운데 대안을 놓고 경쟁하는 모습을 국민께 보여드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우 의장은 “국회가 갈등의 중심이 아니라 갈등을 풀어가는 장이 돼야 한다는 것이 국민의 뜻이라고 믿는다”며 “사실 당장 국회 원 구성이 여기 걸려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22대 국회 임기가 시작되고 25일차가 되는 오늘까지도 원 구성을 마치지 못해 국민께 참 송구하다”며 “다만 이번 과정에서 갈등이 심할수록 대화를 시작하고 이어가는데도 뚝심이 필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뚝심 있게 해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