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서울행정법원 제공] |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특수건강진단 기관으로 지정된 강남의 한 병원에서 의사가 아닌 행정직원이 진단 결과를 판정해 지정이 취소됐다. 병원은 일부 사실관계가 다르다며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지정 취소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특수건강진단이란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화학물질, 소음, 분진 등 인체 유해물질에 노출되는 근로자를 대상으로 건강 진단을 실시하는 제도다. 근로자의 건강에 이상이 있을 경우 사업주에게 사후관리 조치 의무가 부과되는 등 규제적 요소가 있어, 고용노동부가 지정한 기관만 특수 건강 진단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부장 고은설)는 최근 강남 병원 운영자 A씨가 특수건강진단기관 지정을 취소한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강남지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A씨가 운영 중인 병원은 2019년 특수 건강 진단 기관으로 지정됐다.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강남지청(이하 강남지청)은 기관 점검을 실시한 뒤 2023년 6월 병원에 대한 지정을 취소했다. 감사 결과 병원은 2022년 10월 한 건설업체를 상대로 실시한 건강진단에서 의사 B가 진단·판정 했다고 서류를 작성했으나, 의사 B는 진단을 한 적이 없고 판정 또한 행정직원이 수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A씨는 의사 B가 판정을 하지 않은 것은 맞지만, 회사 전산 프로그램 편의 상 다른 의사 C가 문진·검진·판정을 했고 행정직원은 C의 지시로 결과를 프로그램에 입력한 것 뿐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강남지청의 손을 들어줬다. 우선 허위 판정에 대해서는 다른 의사가 판정을 내렸다고 볼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병원 측은 “행정직원이 의사 C의 의견에 따라 의사B의 전자서명을 적용, 특수검진 행정담당이 자동판정으로 적용했다”고 해명했다. 실질적인 판정은 의사C가 했고 행정직원은 프로그램을 작동했을 뿐이라는 취지다.
재판부는 “의사 B, C가 검진 결과에 판정을 한 사실은 없음이 분명하고 (오히려) 행정직원이 의사 B의 전자서명을 이용해 ‘판정’ 했다는 사실이 확인된다. 행정직원이 수행했는데도 의사가 한 것처럼 서류를 거짓으로 작성한 사실이 증명됐다”며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 의사 C가 판정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했다.
이어 “특수건강진단제도는 의료기관의 허위·불실 판정 시 근로자가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어 예방할 공익상의 필요가 매우 크다”며 “원고의 위반행위는 모두 지정취소에 사유에 해당한다. 취소 기준은 근로자가 적절한 보건 상의 조치를 받을 기회를 상실하는 등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매우 커 지정 목적을 수행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