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서 소외된 DGB금융…‘가치 급등’ 금융주 사이 나홀로 ‘역성장’

DGB대구은행 제2본점 전경.[DGB금융그룹 제공]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정부의 기업가치 밸류업 프로그램으로 주요 금융지주의 주가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는 가운데, DGB금융지주의 주가는 홀로 ‘파란불’을 보이고 있다. DGB금융은 iM은행(구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과 함께 자사주 매입 등 주주가치 향상을 위한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지만, 이에 따른 주가 부양 효과는 크지 않은 상황이다. 실적 하락, 건전성 악화 등으로 성장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타 금융지주는 50% 올랐는데…DGB금융 주가만 ‘파란불’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일 종가 기준 DGB금융지주의 주가는 한 주당 7990원으로 올 초(8410원)와 비교해 420원(4.9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월초 정부가 배당 성향 개선을 골자로 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발표하며 DGB금융 주가는 2월 1일 종가 기준 9800원까지 오른 바 있다. 하지만 이후 하락 국면에 접어들며 올 초 대비 저조한 수준을 기록 중이다.

이는 여타 금융지주와는 상반된 양상이다. 실제 금융권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예컨대 KB금융지주의 이달 20일 종가 기준 주가는 8만800원으로 올 초(5만3600원)와 비교해 50.7% 급등한 상태다. 이 외에도 주요 금융지주들의 경우 ▷신한지주 21.1% ▷하나금융지주 40.6% ▷우리금융지주 11.8% 등의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 바 있다.

4대 금융그룹 본사 전경.[각 사 제공]

지방금융지주들도 마찬가지다. BNK금융지주의 20일 종가 기준 주가는 8170원으로 올 초(7010원)과 비교해 16.5% 증가했다. JB금융지주의 경우 같은 기간 1만1070원에서 1만4230원으로 28.5%가량 급등했다. 국내 은행주 10개로 구성된 KRX 은행지수 또한 올 초 673.27에서 20일 종가 기준 818.16으로 21.5% 급증했다.

은행주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탓에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최대 수혜주로 여겨지고 있다. 각 금융지주사들 또한 주주환원 강화를 위한 움직임을 가속화하며 주가 상승을 뒷받침했다. 예컨대 가장 큰 주가 상승률을 보인 KB금융은 올해부터 업계 최초로 ‘배당총액 기준 분기 균등배당’을 도입하고 밸류업 공시를 예고하는 등 밸류업 물살을 타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암울한 실적 전망…‘주가 부양’ 노력은 계속

DGB대구은행 제1본점 전경.[DGB금융그룹 제공]

DGB금융 또한 주가 부양 및 주주환원 확대를 위한 움직임을 시작했다. DGB금융은 지난해 처음으로 자사주를 200억원 규모 매입했다. 지난달에는 임직원들이 자사주 총 16만주를 사들였으며, 황병우 DGB금융 회장 또한 지난달 30일과 31일 각 5000주씩 총 1만주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총주주환원율 30%를 목표로 점진 상향을 추진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효과는 크지 않았다. 저조한 실적 및 건전성 악화로 근본적인 ‘성장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면서다. 올해 1분기 DGB금융지주의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33.5% 감소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에 따른 대손비용 증가의 영향이다. 심지어 ‘시중은행 전환’을 맞이한 대구은행의 순이익 또한 지난해보다 6.5% 줄었다.

지난 5일 황병우 DGB금융그룹 회장이 iM은행 시중은행 전환 선포식에서 발언하고 있다.[DGB금융그룹 제공]

심지어 오는 2분기에도 계열사인 하이투자증권의 PF 추가 충당금 규모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DGB금융의 2분기 실적 컨센서스는 1221억원으로 전년과 비교해 19%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천병규 DGB금융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달 진행한 컨퍼런스콜에서 “증권사 규모에 비해 PF 익스포저가 많아 실적에 발목을 잡아왔다”면서 “올해는 증권사가 벌어들인 수익 대부분을 다 충당금을 보유하는 쪽으로 사업 계획을 짰다”고 밝혔다.

아울러 목표했던 주주환원율 30% 달성을 위한 보통주자본비율(CET1) 상향 또한 향후 3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시중은행 전환에 따른 자산 확대가 이루어질 경우, 위험가중자산(RWA) 증가로 CET1이 하방 압력을 받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CET1 목표치 상향까지 주당 배당금을 확대하는 전략을 취한다는 게 DGB금융 측의 설명이다.

DGB금융은 실적 개선과 별도로 주주가치 향상을 위한 IR 등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0일부터 14일까지는 미국 주요 도시에서 기업설명회(IR)를 개최했다. 황 회장 또한 직접 주요 주주와 잠재 투자자들을 만나며, 주가 부양에 힘쓰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결국 시중은행 전환에 따른 브랜드 재건 및 자산 축적의 성공 여부가 주가 향방을 좌우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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