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옴 프로젝트 건설 현장 [네옴 유튜브 캡처] |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사우디아라비아와 ‘미스터 에브리싱’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야심차게 추진한 저탄소 미래 신도시 ‘네옴’(NEOM) 건설 프로젝트가 끝내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고 영국 BBC방송이 24일(현지시간) 전했다.
사우디 정부와 관련 있는 한 고문은 BBC에 네옴 프로젝트가 재검토되고 있고, 조만간 이에 대한 결정이 날 수 있다고 전했다.익명을 요구한 그는 “결정은 다양한 요인을 바탕으로 이뤄질 것”이라며 “하지만 재보정(recalibration)이 있으리라는 점에서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했다.
이어 “일부 프로젝트는 계획대로 진행되겠지만, 일부는 지연되거나 축소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우디 실권자이자 압도적 재력으로 비공식 세계 최고 갑부로 칭해지는 빈 살만 왕세자가 2017년 발표한 탈 탄소 국가발전 계획 ‘비전2030′의 핵심 사업이 네옴이다.
홍해와 인접한 사막과 산악지대에 서울의 44배 넓이(2만6500㎢)로 친환경 스마트 도시와 바다 위 첨단산업단지, 2029년 동계 아시안게임이 열릴 산악 관광단지 등을 짓는다는 구상이다.
이 가운데 가장 힘을 준 부문 중 하나는 폭 200m, 높이 500m, 길이 170km의 거대한 직선형 구조물을 두는 ‘더 라인’이다. 더 라인의 경우 초고층 빌딩 2개를 중심으로 둔다고 밝혔는데, 높이는 서울 롯데월드타워(555m)와 비슷하고, 길이는 서울~대전(약 140km)보다 길다.
수소·태양광 등 친환경 에너지로 가동되는 더 라인에는 도로나 자동차가 없어 주민들은 초고속 열차와 에어택시로 이동할 수 있다. 로봇 가사 도우미의 도움을 받으며 구역별 제어되는 기후 덕에 사계절 내내 쾌적한 날씨도 누릴 수 있다는 게 현 구상이다.
빈 살만 왕세자는 2022년 더 라인을 발표한 후 이곳에 사는 주민 수가 2030년 100만명, 2045년에는 900만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난 4월 블룸버그 통신은 사우디 당국자들이 170km에 이르는 더 라인 전체 구간 중 2030년까지 완공할 수 있는 부분은 2.4km에 그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사우디 당국 또한 사업 지연으로 2030년 100만명 입주 계획 목표를 30만명으로 축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우디 정부가 네옴 프로젝트 규모 축소에 나선 건 재정 문제 때문이라는 말이 있다. 최근 저유가로 정부 수입이 타격을 받아 사우디가 네옴 사업을 재검토하고 새로운 자금 조달 전략을 모색할 수밖에 없게 됐다는 게 BBC의 설명이다.
실제로 사우디 정부는 2022년 말부터 적자 재정을 이어오고 있다. 올해도 210억달러 적자가 예상된다.
사우디는 탈석유 경제의 추진 재원을 마련하고 적자를 면하기 위해 배럴당 96.2달러 이상의 고유가를 유지하길 원하고 있다. 하지만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80달러 선을 맴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네옴 사업비는 발표 당시 5000억 달러(약 685조원)에서 최근에는 최대 1조5000억달러(약 2079조원)로 급증했다.전문가들은 최종적으로 2조달러(2772조원) 이상이 들 것으로 추정 중이다.
[로이터] |
사우디는 2027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2029년 동계 아시안게임, 2030년 세계박람회 등 대형 국제 행사도 준비하고 있다.
이러한 대규모 프로젝트 비용 마련을 위해 사우디는 이달 초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 주식 112억달러어치를 매각했다.
은행가 출신으로 네옴 자문위원회에 있는 알리 시하비는 비전 2030 프로젝트의 목표가 지나치게 야심차게 설정된 건 의도된 바였다고 밝혔다. 그는 네옴 프로젝트 외 사우디가 대형 국제 행사 등을 줄줄이 앞둔 데 대해선 “특정 기한이 있는 프로젝트는 성격에 따라 우선순위가 정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모하메드 알 자단 사우디 재무장관 또한 “특정 프로젝트는 3~5년 늦춰질 수 있다”며 “지연 또는 연장은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전문가들 사이에선 사업 계획 축소와 장기화 등은 이미 예상된 일이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빈 살만 왕세자의 권력이 이어지는 한 프로젝트 또한 지속 추진될 것이라는 평도 나온다. 네옴시티를 비롯한 비전2030 사업이 빈 살만 왕세자의 정치적 입지 강화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데 따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