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상속세 최고세율을 현행 50%에서 30%까지 대폭 인하하는 방안에 힘이 실리고 있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의 발언에 이어 국책연구기관의 공청회에서도 주요 개편 방향으로 재차 언급됐다는 점에서다. 상속세가 기업가치 제고(밸류업)를 막는 요소로 지목되면서 개편 논의에도 속도가 더해지는 모습이다.
심충진 건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가 24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열린 밸류업 세제지원 공청회에서 밸류업을 위한 상속세제 지원안을 주제로 발제하고 있다. [뉴시스] |
25일 정부 등에 따르면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조세재정연구원(조세연)이 전날 개최한 ‘밸류업 세제 지원 공청회’에서는 상속세 전면 개편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우리나라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5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일본(55%)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며 최대주주의 주식은 20% 할증 평가된다.
당초 공청회는 기업의 높은 상속세 부담을 덜어 증시 밸류업을 뒷받침하자는 취지로 열렸으나 상속세 완화 대상을 밸류업 기업으로 한정하진 않았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28일 밸류업 대책으로 상속세 완화 방안을 검토하는 데서 더 나아가 전반적인 가업 상속제도 손질에 나서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보조를 맞춘 셈이다.
공청회 상속세 세션에서 발제를 맡은 심충진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현행 10~50%의 세율을 6~30%로 하향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는 OECD 상속세의 평균 세율(26%)을 고려한 수치다.
심 교수는 한 발 더 나아가 상속세법 최고 세율이 조정된 2000년 이후 255% 늘어난 명목 국내총생산(GDP)을 고려, 과표 구간을 각 3배씩 높이자고 제안했다. 이런 방안대로라면 상속세 과표 구간 3억원 이하는 세율 6%가, 90억원 초과분부터는 30%가 각각 적용된다.
세부적으로는 ▷1억원 이하(→3억원 이하) 10%(→6%) ▷1억원 초과~5억원 이하(→3억원 초과~15억원 이하) 20%(→12%) ▷5억원 초과~10억원 이하(→15억원 초과~30억원 이하) 30%(→18%) ▷10억원 초과~30억원 이하(→30억원 초과~90억원 이하) 40%(→24%) ▷30억원 초과(→90억원 초과) 50%(→30%) 등 대대적인 개편을 동반한다.
여기에 최대주주 할증 평가 개편 방안도 내놨다. 현재 상속세율을 유지할 경우 최대주주 할증 평가는 폐지해야 한다는 게 심 교수의 주장이다. 만약 상속세 최고세율을 30%로 조정할 경우, 할증률(20%)을 5~10%로 축소하자는 대안도 제시했다.
이 밖에 가업상속공제의 대상을 매출액 5000억원 이하에서 1조원 이하로 확대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중소기업이 중견·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동기를 제공하자는 취지다. 가업승계 시 저율의 증여세가 적용되는 증여금액을 최대 1000억원으로 늘리는 방안과 상장주식평가 예외 조항 신설 등도 언급됐다.
이번 제안은 국책연구기관이 마련한 자리에서 나온 만큼 정부의 최종안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전반적으로는 성태윤 실장이 언급했던 상속세 최고세율 조정에 감세 효과를 일부 더하는 쪽으로 개편 방향이 잡히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는 조만간 ‘관계부처 합동 랩업(wrap up) 토론회’를 열고 상속세 개편을 비롯한 밸류업 세제 지원방안을 보다 구체화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이달에만 3차례 정책 세미나와 공청회 등을 열고 세제 개선방안에 대한 업계·학계의 의견을 수렴했다.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내달 세제 개편안을 발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