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서울 광진구 보건복지부 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 열린 '정신건강정책 혁신위원회 1차 회의'에서 마무리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26일 “정신질환도 육체적 질환과 동등하게 온 사회가 관심을 갖고 관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광진구 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 대통령 직속 정신건강정책 혁신위원회 1차 회의를 주재하고 예방, 치료, 회복 3단계의 전(全)주기 정신건강 지원 세부 이행 계획을 발표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정신건강정책 비전선포대회에서 직속기구 설치를 약속했고, 이날 위원회가 공식 출범했다.
윤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지금 우리는 이 한반도에서 사람이 산 이래 물질적으로는 가장 풍요로운 시절을 누리고 있다”면서 “그런데 많은 국민들이 자신의 삶이 불행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OECD 국가 중 자살률이 1위이고, 삶의 만족도는 38개국 조사 대상 국가 중 34위에 머물러서 우리가 국민소득이 1인당 소득이 60불, 70불 할 때보다 더 불행하다고 생각하면서 삶을 이어가고 있다”며 “출산율은 매년 최저 기록을 경신해 이제 인구위기라는 국가비상사태까지 맞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제 국민의 마음을, 정신건강을 돌보는 문제가 매우 중요한 국정과제가 됐다”며 “우리가 아무리 세계 10위권 경제 강국, 글로벌 문화 강국으로 도약했다고 해도 한 사람 한 사람의 국민이 행복하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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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서울 광진구 보건복지부 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 열린 '정신건강정책 혁신위원회 1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번 세부이행계획은 정신질환 당사자와 가족, 학계 전문가, 경찰과 소방관 등 각계각층 위촉 위원들과 함께 논의해 마련됐다.
윤 대통령은 ‘예방’과 관련해 “오는 7월부터 국민의 일상적인 마음을 돌보는 전 국민 마음투자사업에 착수한다”며 “일상에서 우울과 불안을 경험하는 국민들은 언제든 전문가의 심리 상담을 받을 수 있게 하고, 임기 내 총 100만명에게 심리상담 서비스 패키지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장상윤 사회수석은 “우울한 기분을 느끼는 국민이 주위 눈치 보지 않고 편안하게 전문가로부터 심리상담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며 “건강검진에서 학교와 직장에서 심층상담이 필요하다고 판정하는 경우 전문가 상담으로 연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정신질환은 초기 단계 치료가 매우 중요하고 전문가 도움을 받으면 중증 확률 크게 줄어들고, 약물 상담을 병행하면 자살시도 등 극단적으로 치달을 가능성 줄어흔다”며 “조기에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는 또하나의 사회안전망이 도입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청년들이 10년마다 받는 정신건강 검진을 내년 1월부터는 2년마다 받을 수 있도록 개선하겠다”며 “앞으로 자살예방상담 인력을 보강하고 내년에는 제2센터를 설립하는 등 ‘109’를 대표 상담창구로 키워나가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치료’와 관련해 “올해부터 위기개입팀 인력을 50% 이상 확대하고, 2028년까지 권역정신응급의료센터를 지금의 약 세 배 수준인 32개소까지 늘리며, 응급병상도 수요에 맞게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고 했다.
이어 “치료가 중단되지 않도록 퇴원할 때부터 정신건강복지센터에 등록해 지속적으로 관리를 받는 외래 치료지원제를 활성화하겠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정신건강을 온전하게 ‘회복’하기 위해서는 치료를 넘어 재활, 고용, 복지서비스가 패키지로 제공돼야 한다”며 “임기 내에 지역별로 일정 수준 이상의 재활시설을 설치해 정신장애인의 재활과 자립 기반을 마련하겠다”며 “정신 장애인에 특화된 고용모델을 개발하고, 맞춤형 일자리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또한 “내년부터 매년 50호 이상씩 주거를 지원하고, 임기 내에 두 배까지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예방, 치료, 회복 중심으로 정신건강 정책을 대전환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신건강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을 바꾸는 것”이라며 “‘정신질환도 일반질환과 마찬가지 치료할 수 있고, 치료하면 위험하지 않다’는 인식이 우리 사회에 뿌리내리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민간과 협력해 편견을 해소할 수 있는 대국민 캠페인을 추진한다. 장 수석은 “정신건강은 단순히 개인 차원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문제”라며 “국민 정신건강 악화로 경제적· 사회적 비용 연구가 많이 이뤄지는 것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회의에는 정신질환 당사자 및 가족 등 정책수요자들을 비롯해, 정신과 의사·간호사, 심리상담복지 분야 전문가, 경찰·소방관 등 전문성과 현장성을 고려해 위촉한 정신건강정책 혁신위원회 민간위원 21명을 포함해 60여 명이 참석했다.
‘대학생 정신건강 서포터즈’ 활동 경험이 있는 20대 여성은 청년들이 마음속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심리상담이 꼭 필요하다며 정부의 안정적인 지원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아이돌 가수로 활동하던 아들의 자살을 경험한 50대 여성은 아들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우울과 공황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현재는 상담, 강연, 공연 등을 통해 예술계 종사자들의 마음건강을 돕는 재단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해 박수를 받았다.
정신장애가 있는 자녀를 둔 아버지이자 장애인 표준사업장을 운영하는 한 60대 남성은 정신장애인의 사회 복귀에는 안정적인 일자리가 필수적임에도 타 유형의 장애인 지원에 비해 고용과 주거 지원 체계가 미흡하다며 정부의 관심을 요청했다.
윤 대통령은 “작년에는 정신건강 정책의 비전을 마련했고, 이제 본격적으로 내년부터 재정도 본격 투입할 것”이라며 관계 부처에 구체적인 정책과제를 적극 발굴해 줄 것과 각 지역의 정책 현장에서 사업들이 원활히 추진되도록 챙겨줄 것을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정신건강정책 혁신위원회 민간위원을 대표해 신영철 위원장(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과 강상경 위원(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고하영 위원(정신질환 당사자, 유튜버) 에게 위촉장을 수여했다.
대통령직속 정신건강정책 혁신위원회는 1년에 2회 이상 공식회의를 열 계획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위원회 산하에 3개의 전문위원회가 오늘 제시한 세가지 핵심 분야(예방, 치료, 회복)를 분담해 심도 있는 논의와 정책 발굴, 새로운 기획 등 활발하게 활동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