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전략-전투력 잃은 국힘…‘직 던진’ 추경호 재신임 급물살 [이런정치]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4일 오전 국회에서 비공개 의원총회를 마친 뒤 나오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진·신현주 기자] 국회 원 구성 협상 실패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사흘째 잠행을 이어가고 있다. 인천 백령도에 머무는 추 원내대표는 당분간 국회에 복귀할 뜻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는데, 그 사이 국민의힘에서는 ‘재신임’ 여론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수적 우위를 쥔 거대야당에 맞설 리더십 부재 속 상임위 배정을 둘러싼 의원들의 불만이 누적되며 “전의도, 전략도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서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추 원내대표는 정희용 비서실장과 함께 이틀째 백령도에 머무르고 있다. 추 원내대표는 지난 24일 의원총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제안한 7개 상임위 제안 수용 의견을 도출한 뒤 사의를 표명하고 곧장 국회를 떠났다. 인천 강화도를 거쳐 전날 백령도를 찾은 행보를 놓고 6.25전쟁 74주년을 감안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한 원내지도부 고위 관계자는 “백령도는 인천에서 배로 4시간이 걸리고, 배편도 적은 곳”이라며 “협상 결과에 책임을 지고 당분간 돌아오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 내에서는 재신임 여론이 빠르게 모이고 있다. 초선 공부모임을 이끄는 김대식 의원은 전날 초선의원 단체채팅방에 “재신임해 힘을 실어드리는 것이 지금의 우리 당을 위해서도, 앞으로 우리 당을 위해서도 유일한 방안”이라는 장문의 메시지를 올렸다. 김 의원은 통화에서 “초선 의견을 추 원내대표에게 전달할 것”이라며 “재선과 중진급도 총의를 모아 전달할 것으로 안다”고 했다. 한 재선 의원도 “대체할 인물이 없다, 반드시 복귀해야 한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3선 의원들은 추 원내대표가 사의를 표명한 당일 긴급 비공개 회동을 갖고 “사퇴 의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정한 바 있다. 추 원내대표에 대한 재신임은 27일 국회부의장·상임위원장 후보 선출을 위해 열리는 의원총회에서 의결될 전망이다.

배경에는 국회 상임위 복귀 결단 이후에도 달라지지 않은 무력감, 상임위 배정을 둘러싼 내부 불만 등이 작용했다. 기획재정위·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 등 핵심 상임위에 중진이 집중 배치된 것과 달리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보건복지위·교육위 등 일부 상임위는 초선 위주 배정이 이뤄지면서 “기본적인 선수 배분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상임위원장 교통정리도 완전히 이뤄지지 않으면서 외교통일위원장 자리를 놓고 이례적으로 3선의 김석기 의원과 4선의 안철수 의원이 모두 후보 등록을 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사무총장이 상임위원장을 맡지 않는 관례도 깨졌다”고 했다.

특히 전날 상임위 간사들이 소집된 원내대책회의에는 과방위 간사에 배정된 배현진 의원이 불참했는데, 배 의원은 문화체육관광위 배정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내지도부는 당초 외교통일위 간사에 배정한 최형두 의원을 과방위 간사로 긴급 교체해 당일 전체회의에 투입했다. 전체회의에서는 야권 주도하에 방송3법과 방통위설치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한 회의 참석자는 “전체회의가 잡혀 있었다는 사실도 당일 아침에 알았다”며 “현안 관련 전략을 세울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꼬집었다. 한 국민의힘 재선 의원은 “야당은 전광석화처럼 움직이는데, 이래선 상임위에 복귀한 의미가 없다”며 “리더십 복구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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