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감독원장-은행장 간담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은행권의 잇딴 불완전판매 및 횡령사고에 마침내 금융감독원이 ‘조직문화 감독’이라는 칼을 빼들었다. 먼저 은행 조직문화 감독에 나선 국가들을 벤치마킹해 자율규제 형태로 조직문화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필요하면 경영실태평가 등을 통해 조직문화 현황을 점검하겠다는 복안이다. 조직문화까지 감독받게 된 은행들의 속내는 복잡해지고 있다.
246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은행 조직문화에 대한 새로운 감독수단으로 은행권과 모범관행을 마련해 자율규제 형식으로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필요한 경우 경영실태평가 등을 통해 조직문화에 대한 정기적 평가를 진행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앞서 금감원은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증권(DLF) 사태 이후 은행권 내부통제와 지배구조에 대한 감독의 필요성이 커지자 연초 경영실태평가에 내부통제 항목을 신설하고, 내부통제 제도·절차 및 이행, 경영진의 모니터링 등 상황에 따라 1등급(우수)~5등급(위험)으로 평가등급을 산출하도록 했다. 조직문화도 이처럼 별도 평가항목이 되거나, 경영관리 항목의 일환으로 평가받을 가능성이 높다.
금감원은 조직문화 감독수단을 보다 정교하게 마련하기 위해 해외사례 분석부터 진행하고 있다. 호주, 네덜란드 등 먼저 금융회사의 조직문화를 관리·감독하기 시작한 국가들이 어떤 효과를 봤는지 분석해 보고, 국내 사정에 맞게 벤치마킹하겠다는 계획이다.
금감원 고위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감독당국의 감독 프로세스에서 조직문화가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고, 우리도 우리 환경에 맞게끔 들여다볼 필요성이 있는 것 같다”며 “은행이 자율적으로 조직문화를 개선하도록 유도하고, 필요하면 경영실태평가 등을 통해 관리·감독해서 실질적인 금융사고 예방 효과를 높여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지난 19일 은행장들과의 간담회에서 “준법·윤리의식이 조직 내 모든 임직원들의 영업행위·내부통제 활동에 깊이 스며들 수 있도록 조직문화 차원에서 과감한 변화가 필요하다”며 조직문화의 근본적 개선을 주문하고 관련 감독을 강화할 방침임을 시사한 바 있다.
이복현(오른쪽 두번째) 금융감독원장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감독원장-은행장 간담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
금융위원회, 은행권과 실무 차원의 논의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불완전판매와 금융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제도가 꾸준히 개선됐는데도 유사한 사고가 또 벌어진 것은 조직문화 차원의 문제도 있는 것”이라며 “일단 화두가 던져진 만큼 조직문화 차원에서 어떻게 보완할 수 있을지를 당국과 업권이 같이 고민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지배구조, 내부통제에 이어 조직문화까지 당국의 감독을 받을 가능성에 예의주시하며 긴장하는 모습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임직원 책무구조도 도입 등을 통한 내부통제 강화를 골자로 한 금융회사지배구조법이 다음 달부터 시행된다”며 “구체적인 방안이 나와야 알겠지만, 이미 지배구조나 내부통제 감독이 강화됐는데 경영여건이 너무 타이트해지는 것 아닌가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금감원은 100억원대 횡령사고가 발생한 우리은행에 대한 검사 인력을 확대하며 본점 차원의 내부통제 제도상 문제가 있었는지를 검증하고 있다. 지난 24일에는 이사회와 면담을 갖고 지배구조 및 내부통제와 관련해 논의했다. 이번 이사회 면담은 지난달부터 이어지고 있는 은행·금융지주 릴레이 면담의 일환으로 성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