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30일. 21대 국회는 역사 속으로 물러나고. 22대 국회가 새 역사를 쓰기 시작했다. 각계각층에서 22대 국회에 바라는 바는 다양하며, 또 간절하기도 하다. 소비자법 분야 역시 21대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했던 많은 입법이 22대 국회에서 이뤄져 소비자권익이 한층 더 증진되기를 소망한다. 이러한 기대 하에 22대 국회에서 실현되어야 할 소비자법의 입법과제를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온라인 중개플랫폼의 특성을 반영해 효율적인 소비자보호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전자상거래법이 조속히 개정되어야 한다. 전자상거래 분야에서 소비자보호를 담당하는 주된 법은 전자상거래법이다. 그러나 내용은 20세기의 거래형태를 기초로 하고 있어 소비자보호를 추진하기에는 많은 한계점이 있다. 따라서 변화된 전자상거래 환경 속에서 소비자보호가 충실히 이뤄질 수 있도록 개정이 필요하다.
둘째, 집단소비자피해를 효과적으로 구제할 수 있는 집단소송법의 제정이 필요하다. 대다수 소비자피해는 집단적으로 발생하지만, 이를 일괄적으로 구제할 수 있는 소송제도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면 유럽연합 및 일본 등에서는 소비자단체에 의한 집단소송제도를 도입해 집단적 소비자피해를 효과적으로 구제하고 있다. 소비자소송법의 제정을 통해 우리 소비자도 일괄적으로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는 법적 기초를 마련해야 한다.
셋째, 소비자피해의 효과적인 예방을 위해 소비자기본법상 소비자단체소송제도에 대한 개정이 필요하다. 민간차원에서 소비자피해의 예방 및 소비자안전확보 역할을 하는 소비자단체소송제도는 다양한 한계로 인해 그 목적을 충실히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해외 사업자와의 거래에서 발생하는 소비자피해 또는 안전문제는 행정규제만으로 충분히 달성할 수 없어 소비자단체소송을 통해 효과적으로 차단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현행 소비자기본법의 개정이 아닌 앞에서 제시한 소비자소송법을 제정하여 소비자단체소송제도를 충실하게 규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넷째, 위해재화로 인한 소비자의 생명 등에 대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소비자안전법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 현재 제품안전기본법 등 다양한 안전법이 존재하지만, 규율 대상의 한계로 새롭게 등장하는 위해재화의 유통 및 사용으로 인해 발생하는 소비자피해를 예방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모든 재화 등에 대해 소비자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소비자안전법이 제정되어야 한다.
다섯째, 소비자거래의 공정화를 추진하기 위해 소비자계약법이 제정되어야 한다. 사업자와 소비자 간 거래에서 소비자권익을 보장하기 위해 다양한 거래법이 제정되어 시행되고 있지만, 그 규율의 핵심은 행정규제이기 때문에 소비자를 보호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마지막으로 소비자가 스스로 역량을 강화해 시장의 일 주체로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소비자교육법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 소비자가 스스로 자신의 권익을 보장 및 증진하기 위해서는 그 역량을 강화해야 하며, 소비자교육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소비자교육에 대해서는 소비자기본법에서 극히 일부만 규정하고 있어 효과적인 소비자교육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소비자가 교육을 통해 역량을 강화해 스스로 자신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도록 소비자교육법이 제정되어야 한다.
소비자법에 대한 입법과제는 소비자권익보장에 있어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은 아니다. 급변하는 거래환경 및 소비환경에 맞게 소비자법에 대한 정비가 이뤄져야 한다. 22대 국회에서는 다양한 분야에서 요구되는 소비자법에 대한 입법이 추진되기를 바라며, 이에 따라 소비자의 권익이 충실하게 보장되기를 기대한다.
고형석 한국소비자법학회 회장 · 한국해양대 해사법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