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르당 바르델라 프랑스 국민연합 대표[로이터] |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프랑스 극우 정당 국민연합(RN)이 조기 총선에서 압승할 것으로 예상되자 공직 사회에서 RN 소속 총리가 구성하는 정부의 명령에 불복종하겠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2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250만명에 이르는 중앙 공무원들은 물론 지방 정부 공무원들 사이에서도 RN이 구성할 정부 명령에 따를 수 없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RN이 이끄는 우파 연대가 지지율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RN이 의회 577석 중 과반인 289석을 차지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프랑스는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 혼합형 국가로 보통 대통령이 다수당이나 다수 연정의 지지를 받는 인물을 총리로 임명한다. 총리는 내각 구성 권한을 가진다.
이번 총선에서 예상대로 RN이 승리하게 되면 조르당 바르델라가 총리에 오르고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그에게 정부 구성을 요청해야 한다.
프랑스 공무원들은 나치로부터 해방된 뒤 1944년 제정된 법에 따라 ‘명백하게 불법적이고 공익을 심각하게 위협’한다고 생각되는 명령을 거부할 권리와 의무가 있다고 더타임스는 전했다.
공무원들은 1972년 ‘국민전선(NF)’이란 이름으로 시작한 RN이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와 협력한 비시(Vichy) 정권의 유산을 이어받았다고 인식한다. 내세우는 정책도 반(反) 유럽연합(EU) 기조이며 외국인 차별을 공식화하려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고위공무원단 소속의 외교관 170명은 지난 주말 익명으로 프랑스 르몽드에 서한을 보내 “적들은 RN의 총선 승리를 프랑스의 약화이자 우리 정치에 간섭하고 유럽을 침략하라는 초청장으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들 외교관은 또한 “우리는 선조들을 배신해서는 안된다. 우리 외교관들은 극우파의 승리가 프랑스와 유럽을 약화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프랑스의 한 현직 주지사 역시 르몽드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RN의 정책을 집행할 수 없다. (그 정당은) 비시 정권의 후계자이고 외국인 혐오를 팔아 지지를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기관장과 감독관 수십명을 포함한 교육 공무원 2000여명은 지난주 연명 청원서에서 “우리는 그들을 받아들일 수 없다. 양심과 책임감에 따라 불복종하겠다”며 RN이 구성하는 정부의 명령을 거부하겠다고 선언했다.
좌파 성향이 뚜렷한 프랑스 교육계는 RN이 학생들의 이민 관련 지위를 확인하거나 교육과정에서 애국적 가치를 강조하겠다고 예고한 데 반감이 크다고 더타임스는 전했다.
판사들도 양형을 더 엄격하게 하고 이주 관련 증빙을 갖추지 못한 외국인들을 더 가혹하게 대하겠다는 RN의 계획을 우려하고 있다. 한 판사는 AFP통신에 “이러한 걱정이 보편화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