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HBM 설계 조직에 경쟁사 인력 1명도 없어…시장 1위 자신”

박명재 SK하이닉스 HBM설계 담당(부사장). [SK하이닉스 제공]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 인력을 영입해 고대역폭 메모리(HBM) 기술을 개발했다는 루머에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HBM 설계 조직에 삼성 인력은 단 한 명도 없음을 강조하며 15년 이상 축적한 고유 기술력으로 HBM 1위 자리를 지키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박명재 SK하이닉스 HBM설계 담당(부사장)은 27일 사내 뉴스룸을 통해 공개한 인터뷰에서 “SK하이닉스의 HBM은 지난 15년간 구성원들이 피땀 흘려 쌓은 기술력의 결실”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박 부사장은 “경쟁사의 HBM팀이 우리 회사로 넘어와 기술을 개발했다는 사실무근의 루머로 인해 구성원들이 상처를 받았다”며 “SK하이닉스 HBM은 명확하게 당사 자체 기술이며 경쟁사에서 우리 HBM 설계 조직에 들어온 인력은 1명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 기술력이 그만큼 대단하기에 헛된 루머가 돌 정도로 유명세를 치렀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우위를 지키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박명재 SK하이닉스 HBM설계 담당(부사장). [SK하이닉스 제공]

SK하이닉스는 인공지능(AI) 열풍 속에 수요가 급증한 HBM을 엔비디아에 독점 공급하며 빠르게 시장 선두 자리를 꿰찼다. 올 3월부터 5세대 HBM인 HBM3E 양산을 시작했고, 6세대 제품인 HBM4의 양산 시점도 2025년으로 앞당기며 1위 수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2013년 SK하이닉스가 세계 최초로 HBM을 개발한 당시에만 하더라도 시장의 관심은 크지 않았다. 속도가 빠르고 용량이 큰 HBM을 받아들일 만큼 컴퓨팅 시장이 성숙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시장 성장이 더딘 데다 2세대 제품인 HBM2 개발 과정에서 난항을 겪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박 부사장은 당시를 ‘위기 속에서 기회를 발견한 시기’라고 표현했다. 그는 “업계에서는 비관론이 쏟아졌지만 우리는 HBM이 SK하이닉스 고유의 기술력을 보여줄 기회라고 생각하고 HBM2E부터는 외부 기대치보다 훨씬 높은 수준을 목표로 잡고 협업을 강화했다”고 회상했다.

박 부사장의 예상은 들어 맞았다. 2020년대에 접어들며 HBM에 대한 관심은 높아지면서 공격적인 기술 개발 및 투자를 멈추지 않았던 SK하이닉스가 1위 굳히기에 성공한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세계 최고 용량 12단 HBM3를 개발한 지 4개월 만인 지난해 8월 HBM3E를 공개하며 제품이 시장에 나오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했다.

박명재 SK하이닉스 HBM설계 담당(부사장). [SK하이닉스 제공]

박 부사장은 “AI 기업 간 경쟁에 불이 붙으면서 우리는 HBM 개발에 속도를 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며 “설계 검증의 혁신을 거듭하면서 제품 설계 완성도를 높이고, 개발 및 양산 초기부터 고객사와 협력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SK하이닉스는 올 3월 HBM3E 양산에 이어 고객사 엔비디아에 가장 먼저 제품을 공급할 수 있었다. 이러한 공로로 박 부사장은 지난 5일 회사 핵심 기술진과 함께 SK그룹 최고 영예인 ‘2024 SUPEX추구 대상’을 받았다.

박 부사장은 자사 HBM의 성공 비결로 발열을 안정적으로 줄인 고유의 MR-MUF 기술과 더불어 준수한 품질의 제품을 대량 생산하는 능력을 꼽았다. MR-MUF 기술은 반도체 칩을 쌓아 올린 뒤 칩과 칩 사이 회로를 보호하기 위해 공간 사이에 액체 형태의 보호재를 주입한 뒤 굳히는 공정이다.

박 부사장은 현재 위상을 지키고 강화하려면 지속적인 혁신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특히 HBM이 맞춤형(Custom) 제품으로 다양해지면서 앞으로 고객 및 파운드리 업계와의 협업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HBM뿐 아니라 컴퓨트익스프레스링크(CXL), 차세대 지능형 반도체(PIM), 3D D램 등 다양한 차세대 AI 메모리 분야에서도 선도 지위를 지킬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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