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유동현 기자] 국내 상장사들이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알리는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공시 시행이 한 달째로 접어들었지만 참여율은 아직 1% 아래에 머물러 있다. 세제혜택안이 결정된 연말을 기점으로 참여 행렬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8일 한국거래소 기업공시 채널에 따르면 밸류업 공시 시행 한 달이 넘은 이날 기준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954개 중 본 공시를 낸 곳은 키움증권과 콜마홀딩스 두 곳이다. 올해 3~4분기 중 공시를 예고한 코스피 상장사는 KB금융, 우리금융지주, DB하이텍 등 3곳이다. 코스피 기준 밸류업 공시 참여율은 0.52%다. 코스닥시장에서는 에프앤가이드와 HK이노엔 두 곳만 공시(예고 포함)를 냈다.
밸류업 공시는 국내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상장사들이 자발적으로 기업 가치를 높일 구체적인 계획을 주주와 투자자들에게 알리고 이행을 유도하기 위해 지난달 27일 시행됐다. 기업이 실적과 업황을 고려해 구체적인 목표치를 설정하고 도달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주주환원을 제고하겠다는 것이다. 가령 키움증권은 3년 목표를 설정하면서 자기자본이익률(ROE) 15%, 주주환원율 30%,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이상을 제시했다.
현 시점 참여사 7곳 중 3곳은 금융투자사다. 사실상 금융당국 정책에 기민하게 움직이는 업종 위주로만 참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내수산업인 금융업은 당국의 정책영향을 많이 받아 규제에 민감한 산업이고, 예대마진이라는 본질이 변하지 않기 때문에 업황에 민감한 수출기업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쉽게 공시할 수 있다”며 “일본 밸류업도 금융업종의 경우 95%가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동류로부터 받는 압박)를 통한 자발적 참여를 기대하지만 상장사들은 세제혜택안을 지켜보겠단 기류다. 다음달 정부가 발표할 세법개정안에 밸류업 기업에 대한 상속세 완화, 배당소득세 분리과세 등 다양한 방안들이 거론된다. 상장사들은 밸류업을 이해하는 초기 단계인데다 강제성이 없는 만큼 법개정을 지켜본 뒤 결정하겠단 분위기다. 한 상장사 관계자는 “아직 밸류업이 뭔지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며 “국회 상황(세법·상법 개정)도 지켜봐야하고 이사회에 안건 준비하고 결정하는 시간까지 포함하면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전날 국회가 원 구성을 마무리하면서 밸류업 지원책 논의 물꼬도 트일 것으로 보인다. 통상 내년 세법 개정안은 예산안 부수법안으로 통과된다. 관련법상 국회는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까지 세법 개정안이 포함된 예산안을 의결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은 7월 발표될 세법개정안을 지켜보겠다면서도 세수 결손은 막겠다는 입장이다. 더욱이 세법개정안을 예산안과 함께 처리해야하는 지부터 이견이 나오는 만큼 논의가 올해를 넘길 가능성도 있다. 한 야당 관계자는 “(세법개정안을 예산안)부수법안으로 볼 것 인지부터 따져봐야 한다”며 “각론은 둘째 치더라도 이 부분부터 이견이 존재하는 의원들이 있다”고 했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일본도 평균적으로는 상장사의 50%만 부응해서 (공시)자료를 냈다”며 “하반기에 세제혜택 방향성, 정부 상법 개정 진척에 따라 기업들 스스로도 디자인이 달라질 수 있다. 연말즘 밸류업 모멘텀이 재차 강화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했다.
. 유동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