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객 늘어도 실적은 뚝뚝…면세업 2분기도 ‘흐림’ [언박싱]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면세구역이 여행객 등으로 붐비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벼리 기자] 중국 경기 침체에 외국인의 국내 관광 형태가 바뀌면서 면세 업계의 업황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 2분기 전망도 비관적이다. 면세점들은 고강도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등 수익 개선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28일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 5월 한 달간 국내 면세점 이용객은 243만명이었다. 이용객 수는 올해 2월 214만명 이후 3월 230만명, 4월 234만명 등 3개월 연속 증가했다. 매출도 늘었다. 5월 기준 면세점 매출은 1조2542억원으로 2월 9152억원 이후 3월 1조1866억원, 4월 1조2505억원 등 3개월 연속 증가했다.

다만 면세점 이용객 1인당 매출은 등락을 반복 중이다. 올 1월 71만원에서 2월 43만원으로 떨어진 뒤 4월 53만원으로 올랐다가 지난달 52만원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5월(66만원)과 비교해도 씀씀이가 14만원 줄었다.

외국인들이 면세점에서 지갑을 열지 않아서다. 내국인 이용객의 면세점 매출은 2월(2520억원) 이후 5월(2690억원)까지 계속 증가했지만, 외국인 면세점 매출은 4월 9950억원에서 5월 9852억원으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이용객이 80만명에서 82만명으로 늘어난 것과 대조적이다. 외국인 이용객의 객단가는 5월 120만원으로 3월(126만원)과 4월(125만원)에 이어 꾸준히 줄었다. 지난해 5월 객단가(184만원)보다 35.8% 감소했다.

업계는 중국의 경기 침체와 고환율 여파로 소비력이 높은 중국 단체관광객(유커) 대신 개별관광객(싼커)이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한다. 최근 K-문화의 글로벌 확산의 영향으로 한국을 찾는 외국인이 늘고 있지만, 소비보다 체험을 중요시하는 젊은 관광객이 많아진 영향도 크다. 관광 행태가 다변화하면서 시내 면세점도 직격탄을 맞았다. 전국에서 영업 중인 시내면세점은 2019년 22개에서 현재 16개로 줄어든 상태다.

면세점 업계는 허리띠를 졸라맸다. 수익성 개선이 최대 과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실제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3분기부터 3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 중이다. 누적 적자는 537억원에 달한다. 신라면세점의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76.7% 감소한 59억원이었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지난해 4분기와 올 1분기 영업손실을 봤다. 롯데면세점은 최근 ‘2024 롯데면세점 비상 경영 선언문’을 발표하고, 희망퇴직과 임원 급여 20% 삭감과 사업부 구조 개선을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2분기에도 면세점의 실적 회복이 요원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정운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신라면세점에 대해 “2분기 실적 회복 기대는 아직 이르다”며 “공항점 임차료 부담과 더딘 매출 회복이 혼재된 구간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박종렬 흥국증권 애널리스트도 “현대백화점면세점의 하루 평균 매출액이 50억원 수준이지만,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적자폭이 소폭 확대될 것”이라며 영업적자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코로나19 엔데믹과 중국 단체여행 허용 이후 실적 회복에 대한 기대가 있었지만, 중국 경기 침체 등으로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며 “여행객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하반기에는 시내점과 공항점의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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