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코파이 등이 2개만 들어있는 소포장 상품. 김희량 기자 |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형보다 나은 아우가 따로 없다. 가격 부담을 낮춘 소용량 상품이 기존 대용량 상품의 매출 신장률을 추월하고 있다. 인구 구조 변화와 고물가가 키운 ‘소포장’ 성공시대다.
28일 세븐일레븐에 따르면 올해 1~5월 기준 소용량 오리온 초코파이, 후레쉬베리, 생리대(중형 기준)의 매출 신장률은 기존 제품보다 최대 3배 가까이 높았다. 특히 2개입으로 포장된 오레온 후레쉬베리와 초코파이의 매출 신장률은 각각 10%, 30%였다. 기존 제품(6개입, 12개입)의 각각 2배, 3배에 달한다.
좋은느낌 생리대(중형 기준)의 경우 3개가 들어가는 3P 상품의 매출 신장률은 110%로, 기존 제품(14P)의 매출 신장률(60%)보다 월등하게 높았다. 4개입으로 구성된 화이트 생리대(중형 기준) 신장률은 90%로 18P 포장제품의 신장률(25%)보다 두드러졌다.
소포장 전략으로 진입장벽을 낮춘 전략의 성공이다. 개당 가격이 높지 않다는 점도 매력이 됐다. 세븐일레븐에서 판매하는 오리온초코파이 2개입(900원)의 개당 가격은 450원이다. 12개입(5400원)의 개당 가격과 같다. 좋은느낌 생리대(울트라, 중형, 4P) 소포장 상품의 개당 가격은 500원으로 오히려 기존 제품(18P, 9900원)의 개당 가격 550원보다 저렴했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소포장은 계속 증가 추세”라며 “1~2인 가구 증가와 고물가로 양을 줄이면서 가격을 낮춘 제품을 소비하려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CU가 판매 중인 5㎏ 수박과 조각 수박 상품. [CU 제공] |
지난 4월 행정안전부 발표에 따르면 주민등록 인구 통계상 1인 가구는 전국 총 1002만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여기에 OECD 평균보다 높은 수준인 생활 물가가 1인 가구의 부담을 더 늘리고 있다. 지난 18일 한국은행이 공개한 ‘우리나라 물가 수준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를 살펴보면 지난해 기준 한국의 의식주(의류·신발·식료품·월세) 물가는 OECD 평균(100)보다 55% 높았다.
과일 역시 소포장이 대세다. CU가 5월부터 판매를 시작한 조각수박은 약 한 달(5월23일~6월25일) 동안 5㎏ 통수박 판매량(약 1000여개) 대비 12배에 가까운 1만2000여개가 팔렸다. CU 조각수박(4200원, 250g)의 가격이 통수박(2만4000원, 5㎏)보다 3배 이상 높았지만, 소비자들은 한 번 살 때는 지출 금액이 더 저렴한 작은 크기를 택했다.
전문가들은 일종의 틈새를 노린 결과라고 분석한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다양한 제품을 많이 사기가 부담인 1~2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필요한 양을 소비하려는 이들의 요구를 반영한 기획 상품이 효과를 얻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소포장 품목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세븐일레븐이 지난 2022년 9종을 운영했던 소포장 생리대(대표 상품, 9개입 미만)는 올해 6월 기준 13종으로 늘었다. 대형마트도 예외가 아니다. 롯데마트는 이날 1인 가구에 맞춤형으로 소용량으로 ‘나혼자 명란(60g/냉장)’을 출시하는 등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