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배우 남궁민은 어려운 드라마 제작 여건에서 '해결사'다. 그가 출연하면 드라마가 성공한다. 성공 확률 99%다.
남궁민은 기본적으로 탄탄한 연기력과 중저음의 부드러운 목소리를 가지고 있는데다, 드라마마다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서 멱살을 잡고 끌고가기 때문에 큰 기대를 갖게 한다.
호황기라면 이대로 쭉 가면 된다. 하지만 지금은 드라마 제작 생태계가 많이 바뀌었다. 제작비가 크게 올라 제작사(또는 방송국)의 '리쿱'(제작비 회수)이 어려워졌다. 이 때문에 내수 못지 않게 글로벌 시장이 중요하다.
남궁민의 출연료도 당연히 비싸다. 특히 제작비 여건이 좋지 않은 MBC 같은 방송사에서는 남궁민을 캐스팅하면 여주인공을 신인급으로 쓰기도 한다. 하지만 제작 생태계가 변화하면서 남궁민에게도 유일한 약점이 생겼다.
그가 출연하면 드라마 성공 확률은 높아지지만, 해외판권은 잘 팔린다고 보장할 수 없다. 해외판권은 아무래도 송중기, 김수현, 현빈, 이민호, 김선호 같은 스타성이 있는 배우가 유리하다.
남궁민이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멜로 드라마를 찍는 것이다. 그동안 남궁민이 히트시킨 드라마, '천원짜리 변호사' '검은 태양' '스토브리그' '닥터 프리즈너' '김과장' '미녀공심이' '리멤버-아들의 전쟁' '냄새를 보는 소녀' 등은 멜로물이 아니다. 장르물이거나, 장르물에 가깝거나, 복합장르다.
심지어 '냄새를 보는 소녀'에서는 사이코 셰프 권재희 역을, '리멤버 – 아들의 전쟁'에서는 지독한 빌런 남규만 역을 맡는 등 악한 연기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하지만 2023년작인 MBC 드라마 '연인'에는 멜로가 섞여있다. 거기서 남궁민의 멜로 연기의 가능성을 봤다. 이장현(남궁민)이 '전쟁 츤데레' 모습에서 유길채(안은진)를 애틋하게 바라볼 때는 완전히 얼굴을 바꾸는 '변검술'의 재능이 드러났다. 전쟁속에서도 꽃피운 연모의 감정은 오래 남아있다. 하지만 '연인'은 멜로 뿐만 아니라 사극, 전쟁, 휴머니즘의 색채가 강하다.
그러니까 순수 멜로물에도 도전해야 한다는 얘기다. '눈물의 여왕'이나 '사랑의 불시착' 같은 순수멜로 드라마도 해야 한다다. 그래야 한류 팬이 생긴다.
채종협은 일본 TBS 멜로 드라마 'Eye Love You' 한 편 출연으로 일본에서 3만여 여성 팬들을 모아놓고 팬미팅을 했다. '횹사마'로 일본 시장에 안착했다. 앞으로 채종협이 한국 드라마에 출연하면 무조건 일본에는 선(先)판매를 할 수 있다.
남궁민 소속사에서도 이런 점들을 의식하고 있다. 장르물 뿐만 아니라 멜로물에도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있다는 것. 소속사에서는 '연인'이 전쟁사극멜로지만 멜로여서 남궁민에게 강력 추천했다고 한다.
남궁민의 나이는 만 46세. 더 늙기 전에 멜로를 해야 한다. 남궁민은 동안인데다 몸 관리를 잘해 40대 중반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소속사에서는 그동안 멜로물들을 검토했지만 마땅한 작품이 없었다고 한다. 다행스럽게도 남궁민의 차기작이 멜로물이라는 소리가 들린다. 시한부 인생의 사랑을 그리는 신파멜로로, 내년 3월 Tvn에서 방송된다고 한다.
남궁민은 지금까지 해온 장르성이 강한 작품들도 계속 다양하게 해야 한다. 거기서 매력과 재미를 느끼는 시청자들이 꽤 많다. 지금은 여기에 멜로를 추가할 때다. 남궁민은 순수 멜로물도 크게 성공시켜 글로벌 팬을 대거 확보할 것인가? 필자는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