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권주자인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27일 대구 서구 김상훈 의원 지역구 사무실 건물 한 회의실에서 당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김진 기자] 4파전으로 치러지는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선거의 초반 레이스에서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대세론’을 확인했다. 경쟁주자인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과 5선의 나경원·윤상현 의원의 견제에도 불구하고 여론조사 업체가 실시한 조사에서 높은 지지세를 얻었다.
다만 여론조사에 잡히지 않는 당심(黨心)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이번 전당대회의 80%를 차지하는 당심은 일반 민심과 다르다는 게 중론이다. 이에 경쟁주자들과 친윤(친윤석열)계는 한 전 위원장의 채해병 특검법 발의 공약 등이 당정관계에 미칠 우려를 전하며 ‘당심 잡기’에 나섰다.
한국갤럽이 지난 25~27일 전국 유권자 1002명에게 ‘국민의힘 대표 경선 후보 중 누가 당대표가 되는 것이 가장 좋다고 보는지’를 물은 결과 한동훈(28%), 나경원(19%), 원희룡(13%), 윤상현(3%) 순으로 나타났고, 33%는 의견을 유보했다. 국민의힘 지지자(308명·표본오차 ±5.6%p) 중에서는 절반 이상이 한동훈(55%) 응답을 내놨고 이어 원희룡(19%), 나경원(14%), 윤상현(3%) 순으로 집계됐다.
레이스 초반 경쟁주자들의 ‘반한동훈 연대’와 친윤계의 물밑 견제에도 한 전 위원장이 모두 1위를 차지한 것이다. 국민의힘 지지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한 전 위원장은 선두를 달렸다.
다만 이 같은 조사 결과는 당원투표 80%, 일반여론조사 20%로 치러지는 전당대회 룰 가운데 20%를 가늠하는 데 그친다. 일반여론조사는 국민의힘 지지자와 무당층이 대상인데, 한국갤럽이 해당 기준(국민의힘 지지자 및 무당층 518명, 표본오차 ±4.3%p)을 적용하자 한동훈(38%), 원희룡·나경원(15%), 윤상현(4%) 순을 기록했다. 한 전 위원장이 1위이긴 하지만, ‘한동훈 대 비(非)한동훈 구도’는 38%대 34%로 막상막하다. 결국 전당대회의 승패가 당원투표에 달린 셈이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번 전당대회도 ‘당심 선거’다. 당원들 대다수는 다음 지방선거와 대선에서 집권할 수 있는가, 없는가를 기준으로 투표할 것”이라며 “당원 표심은 당일까지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친윤계의 조직력이 통할지도 관건이다. 전폭적인 조직 지원 속에 김기현 대표를 선출시킨 3.8 전당대회와 달리, 이번에는 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 때문이다. 또 다른 당 관계자는 “작년에는 장제원 전 의원을 중심으로 친윤계 구심점이 공고한 상태에서 공천권을 쥔 대표를 뽑았기 때문에 현역 국회의원이나 원외 당협위원장의 ‘오더’가 통했던 것”이라며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고 했다.
앞서 여권에서는 친윤 및 영남권 현역의원들의 원 전 장관 물밑 지원과 더불어, 대구·경북(TK) 지역맹주들이 한 전 위원장과 면담을 거부하며 사실상 ‘한동훈 고립’ 양상을 띈 바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공개적으로 한 전 위원장과 면담을 두 차례 거절한 사실을 밝혔고, 이철우 경북지사는 다른 후보들과 면담에서 한 전 위원장에 대해 “(정치를) 더 공부하고 와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당대표 출마 선언을 한 나경원 의원(사진 왼쪽부터),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 윤상현 의원,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초선의원 공부모임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 |
경쟁주자와 친윤계는 당심을 ‘역전의 기회’로 보고 한 전 위원장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차별화’를 노린 한 전 위원장이 ‘배신의 정치’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원 전 장관은 29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자기만 살 줄 알고 미끼를 덥석덥석 무는 정치적인 미숙함과 순진함”이라고 비판했다. 나 의원도 같은 날 기자들과 만나 “특정인에 대한 배신이 국민을 위한 배신이 아니라 사익을 위한 배신”이라면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라고 답했다. 윤 의원도 앞서 “절윤(絶尹·윤 대통령과 절연)이 된 배신의 정치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고 했다.
‘배신의 정치’는 여권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유승민 전 의원의 관계를 떠올리게 하는 표현이다. 유 전 의원은 한때 친박계 핵심으로 불리며 새누리당 원내대표까지 올랐지만, 대통령실이 반대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배신의 정치’라는 낙인이 찍혔다. 이후 유 전 의원의 탄핵 국면 탈당 및 바른정당 창당을 거쳐 배신자 프레임은 공고해졌고, 이는 복당 이후 대선·지선 경선 등에서 불리하게 작용했다.
이에 한 전 위원장 선거캠프의 정광재 대변인은 30일 논평을 통해 “아무리 ‘공한증(恐韓症)’에 시달린다 해도 협박과 분열의 정치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정 대변인은 “사실상 아무런 준비 없이 뒤늦게 나선 후보는 물론, ‘덧셈의 정치’를 외치던 후보 등 모든 당권주자들이 한동훈 후보를 향해 ‘배신’ 운운하며 약속한 듯이 인신공격성 공세를 펼치고 있다”며 “당원과 국민에 대한 협박 정치이자 공포 마케팅”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