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연합] |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첫 대선 후보 TV 토론 중 사실과 다른 주장을 30차례 넘게 했다는 미 언론의 지적에 공화당은 침묵하거나 "늘 해오던 주장"이라며 변호하는 분위기다.
뉴욕타임스(NYT) 등 미 진보 언론은 토론에서 고령 리스크가 떠오른 조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사퇴를 촉구하는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거짓말을 일삼고 민주주의를 해치는 자격 없는 후보라고 비판했다.
지난달 20일 미 정치매체 더 힐에 따르면 공화당의 더그 버검 노스다코타주지사는 이날 미 NBC '미트 더 프레스'(Meet the Press) 인터뷰 중 트럼프 전 대통령이 토론 중 거짓말을 쏟아냈다는 말에 "만들어진 얘기"라고 선을 그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부통령 러닝메이트 후보군이기도 한 버검 주지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거짓말을 그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나는 이 모든 주장이 만들어진 얘기라고 생각한다"며 "그가 지난 목요일 밤 (TV 토론에서)한 모든 말은 이전에도 한 이야기다. 즉, 이는 뉴스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진행자인 크리스틴 웰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토론에서 한 "민주당은 태어난 이후의 유아도 살해하려고 한다"는 등 거짓 주장을 나열하며 재차 질문했지만, 버검 주지사는 민주당의 낙태 정책을 언급하며 답변을 피했다고 더힐은 전했다.
이전에도 과장 화법과 사실 아닌 주장을 펼친다는 지적을 받곤 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TV 토론에서 최소 서른 번의 거짓말을 했다고 미 CNN 방송 등은 집계했다.
토론을 주최한 CNN의 팩트체크 팀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토론에서 '현재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가 사상 최대다', '유럽연합(EU)은 미국 자동차 등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내 재임 기간 이란은 하마스나 테러를 위한 돈이 없었다'는 등 사실 아닌 주장을 했다.
CNN은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의 거짓말 중 대부분은 그가 이전에도 유세 연설 등에서 한 말이지만, 미국의 재정이나 무역 적자에 대한 주장 등은 새로운 거짓말이었다고 했다.
아울러 트럼프 전 대통령의 거짓말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공화당의 태도에 NYT는 토론 다음 날 게재한 사설에서 "공화당이 전날 토론에 대해 더 깊은 자기반성에 임하지 않는 건 비극"이라고 했다.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CNN 스튜디오에서 열린 미 대선 후보 첫 TV 토론에 참석한 조 바이든 대통령(오른쪽)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격돌하고 있다. 이날 토론에서 두 후보는 경제, 낙태, 불법 이민, 외교, 민주주의, 기후변화, 우크라이나·가자 전쟁 등 주제마다 날선 공방을 벌였다. [연합] |
한편 바이든 대통령의 경우 이번 토론 직후 불거진 대선 후보 사퇴론에 맞서 "끝까지 간다"며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초대형 돌발 변수인 후보 교체론 논쟁이 좀처럼 출구를 찾지 못한 가운데 사그라지지 않고 있어 미 대선이 격랑에 휩싸인 상황이다. 민주당을 위시한 진보 진영으로선 승산에 빨간불이 켜진 바이든 카드를 고수할 수도, 승리가 확실한 대안을 확보하기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 진퇴양난에 처했다는 말도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바이든 대통령의 '퍼포먼스' 탓에 자기 활약이 가려졌다며 특유의 과장화법을 또 곁들이고 있다. 세계는 국제 정세를 뒤흔들 미 대선 레이스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