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삼천피’ 거뜬…半·車·金<반도체·자동차·금> 주목”

상반기 국내 증시에 몰린 해외 투자금은 상반기 역대 최대를 기록했지만 정작 동학개미들은 국내 주식을 대거 팔아치우며 해외 증시로 눈을 돌리고 있다. 올 들어 미국·일본·대만·인도 등 20개 주요국 중 14곳 주요 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반면, 아직 국내 증시는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지 못하면서다. 심지어 ‘대장주’ 삼성전자까지 엔비디아발 인공지능(AI) 반도체 랠리 수혜에서 소외되면서 더 어려워지는 분위기다.

다행인 점은 국내 증시가 6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기점으로 소외 현상이 점차 해소되고 있다는 데 있다. FOMC 이후 증시 성과(지난달 30일 기준)를 보면, 미국의 S&P500(0.73%)·나스닥(0.71%), 일본(1.82%), 중국(-2.31%), 독일(-2.12%) 등 다른 국가보다 코스피(2.55%)가 비교적 선전하고 있다는 평가다. 연말까지 최고 ‘삼천피(코스피 3000)’를 달성한다는 평가가 일반적인 가운데 국내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이 주목하는 투자 포인트를 들어봤다.

▶“아시아서 韓 자금 유입 꾸준…이익 전망치↑”=국내 증시가 추가로 하락하지 않을 것으로 보는 이유는 외국인 수급이 뒷받침해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 때문이다. 지난 5월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1조3000억원을 팔아치우며 ‘역대급’ 순매수 행보에 마침표를 찍는 듯 보였지만 6월 들어 다시 4조5000억원을 사들였다. 올 들어 글로벌 주식형 펀드의 자금 유출입을 살펴봐도 한국이 아시아 지역 중에서 가장 많은 자금(비중 70%)이 몰렸다는 설명이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AI 랠리가 이어지고 하반기 내 반도체 업종의 이익 모멘텀이 개선되면서 외국인의 순매수 흐름은 이어질 전망”이라며 “추후 진행 상황을 지켜봐야겠지만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밸류업)’도 국내 시장 매력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점진적으로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코리아 밸류업 지수’가 개발되면 ETF 등을 통해 외국인과 기관의 추가 매수도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국내 기업들의 이익 전망치도 높아지고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올해 코스피 기업의 영업이익 전망치(6월 말 기준)는 약 268조원으로 지난 5월 이후로 아직 유의미한 변화는 없는 상태다. 하지만 이종형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7월부터 2분기 실적 시즌이 본격적으로 들어간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면서 “이 기간 무역수지 흑자 전망에 고환율 효과까지 더해진다면 반도체·IT·자동차 등 수출업종을 중심으로 이익 전망치가 개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AI 랠리 계속…반도체·IT 하드웨어 주목”=최근 AI 반도체 대장주인 엔비디아를 둘러싼 고점 논쟁이 벌어지고 있지만, 하반기에도 AI 사이클을 눈여겨봐야 한다는 조언이 많다. 올 들어 엔비디아가 마이크로소프트를 제치고 시가총액 1위까지 오른 것은 이제 AI 테마가 거스를 수 없는 주도 업종으로 거듭났다는 설명이다. 이에 국내 유망 업종에는 ▷반도체·장비 ▷IT하드웨어 ▷가전 등이 제시됐다.

오태동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올 상반기 글로벌 증시에선 일부 기업만 AI 모멘텀을 누렸는데, 올 하반기에는 AI 테크 인프라와 퍼스널 기기로도 확대될 전망”이라며 “한국도 이 같은 흐름에 동참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이와 함께,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한국에선 AI 소프트웨어보다 SK하이닉스와 해당 공급망에 연결된 반도체 업종을 수혜 대상으로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HBM3E 8단을 독점 공급하는 만큼 보다 확실한 수혜주를 주목하라는 것이다.

▶“밸류업 공략에 자동차·금융株 주목”=센터장들은 ‘밸류업’ 정책 도입에 주주환원 여력이 높은 업종을 공략하는 것도 주효한 전략으로 봤다. 유망 업종에는 ▷자동차 ▷금융(은행·보험) ▷지주 ▷통신 ▷유틸리티 등이 꼽혔다. 오태동 본부장은 “하반기에도 지수가 박스권에 갇혀 종목 간 순환 장세가 나타난다면 밸류업 관련주의 모멘텀이 나타날 수 있다”면서 “밸류업 정책 마련으로 국내 고배당주 수요가 커지고 자동차, 금융업 등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될 것”이라고 했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으로 인한 시장 불확실성 요소도 유의해야 한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중 어느 후보가 당선되는지에 따라 글로벌 산업 지형도가 출렁일 수 있어서다. 유종우 본부장은 “바이든 재선 시 특별한 변화는 없겠지만 트럼프 당선 시엔 미중 무역분쟁 심화에 따른 공급망 불안이 커질 수 있다”면서 “인플레이션 압력 고조에 친환경 정책 후퇴까지 겹칠 경우 그간 2차전지·전기차 포트폴리오를 취했던 투자자들은 전략을 수정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유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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