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연합(RN)의 실질적 지도자 마리 르펜 이원이 30일(현지시간) 총선 출구조사 결과에 기뻐하고 있다. [로이터[ |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프랑스에서 30일(현지시간) 실시된 총선 1차 투표의 출구조사 결과, 극우 정당인 국민연합(RN)이 압도적인 승리를 거둘 것으로 보인다.
반면,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이끄는 집권 여당 르네상스와 그 연합은 3위로 밀려날 전망이다.
BFM TV는 여론조사기관의 출구조사 결과를 인용하여 RN이 1차 투표에서 33%의 득표율로 전체 577석 중 260∼310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좌파 연합인 신민중전선(NFP)은 28.5%의 득표율로 115∼145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측되었다. 마크롱 대통령의 르네상스를 포함한 범여권 연합 앙상블은 22%의 득표율로 90∼120석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르피가로가 의뢰한 IFOP의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RN은 34.2%의 득표율로 240∼270석을 차지할 것으로 나타났다. NFP는 29.1%로 180∼200석을, 범여권 앙상블은 21.5%로 60∼90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RN의 실질적 지도자인 마린 르펜 의원은 출구조사 발표 후 기자회견에서 “민주주의가 목소리를 냈다”며 “유권자들이 마크롱의 7년간의 경멸적이고 부패한 통치를 종식시키려는 강한 의지를 투표로 보여주었다”고 말했다.
르펜 의원은 “승리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2차 투표가 결정적”이라며 “극좌 정당의 손에 프랑스가 넘어가는 것을 막아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또한 마크롱 대통령이 조르당 바르델라를 총리로 임명할 수 있도록 RN을 절대 다수당으로 만들어 줄 것을 촉구했다.
NFP 소속의 극좌 정당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LFI)의 장뤼크 멜랑숑 대표도 기자회견에서 이번 선거가 “대통령에게 명백한 패배를 안겼다”며 2차 투표에서 RN에 맞설 유일한 대안이 NFP라고 주장하며 표 결집을 촉구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처참한 선거 결과에 대해 “높은 투표율은 이번 투표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2차 투표에서 RN에 맞서는 광범위하고 분명한 민주적·공화적 결집이 필요하다”고 말하며 지지층에 호소했다.
1차 투표율은 67%로, 2022년 총선 1차 투표율 47.5%보다 19.5%포인트 높았다. 극우 RN의 약진과 마크롱 대통령의 조기 총선 선언으로 선거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투표율이 높아짐에 따라 입소스는 1차 투표에서 65∼85명이 당선될 것으로 추산했다.
총선 1차 투표에서 당선되기 위해서는 지역구 등록 유권자의 25% 이상, 당일 총투표수의 50% 이상을 얻어야 한다. 2022년 총선에서는 이 기준을 넘어 1차에서 당선된 사람은 5명에 불과했다.
당선자를 내지 못한 지역구에서는 다음 달 7일 2차 투표가 실시된다.
2차 투표에는 1차 투표에서 등록 유권자 수의 12.5% 이상을 득표한 후보자들이 진출하며, 이를 충족하는 후보가 2명 미만일 경우 상위 득표자 2명이 결선을 치른다. 2차 투표에서는 단순 최다 득표자가 당선된다.
2차 투표 결과 RN이나 NFP가 1당을 차지하여 여소야대 정국이 형성되면, 프랑스에서는 27년 만에 네 번째 ‘동거정부’가 탄생할 전망이다.
동거정부는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과 자크 시라크 총리(1986∼1988), 미테랑 대통령과 에두아르 발라뒤르 총리(1993∼1995), 시라크 대통령과 리오넬 조스팽 총리(1997∼2002) 등 세 차례 있었다.
마크롱 대통령은 총선에서 패배하더라도 대통령직을 사임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동거 정부가 들어설 경우 추진하려던 각종 개혁안은 무산되거나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