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프랑스를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대화를 하고 있다. [로이터] |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대선 TV토론 참패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재선 성공 확률이 낮아지고 프랑스 조기 총선에서 극우 정당의 압승이 예상되면서 국제 안보 지형에 지각변동이 예고됐다. 동맹국에 우호적이고 우크라이나 전쟁 해결에 앞장선 두 정상의 정치적 입지가 불안해지면서 기존 협력 체제가 크게 흔들린 전망이다.
3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의 기둥이자 우크라이나의 자유를 수호하는 미국과 프랑스에서 국제적 약속을 뒤엎을 수 있는 세력이 득세하고 있다”며 “미국과 프랑스의 불확실성이 최고조”라고 전했다.
특히 ‘강한 유럽’을 주장했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집권 여당이 극우정당인 국민연합(RN)에게 패배할 경우 이웃 국가의 충격이 클 것이라고 NYT는 전망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 당선을 감안해 유럽 국가 간 협력체를 강화하자는 입장을 펼쳐왔다. 또 우크라이나 전쟁에 군대 파견 등 우크라이나 지지 입장을 표명했다.
반면 이번 총선에서 득표율 1위가 예상되는 극우 정당 RN은 러시아와 대화를 하자는 입장이다. RN의 실질적 지도자인 마린 르펜 원내대표는 “우크라이나는 러시아를 이길 수 없다”며 “긍정적인 해결책을 얻기 위해서는 러시아와 대화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와 함께 RN은 나토에서 프랑스 역할 축소,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 등을 주장하고 있다.
앞서 익명의 프랑스 외교관 170명은 르몽드에 “적국(러시아)은 극우파의 승리를 프랑스가 약해진 것으로 볼 것”이라며 “군사적인 위협을 포함해 유럽에 대한 침략을 강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조르당 바르델라 RN 대표는 이러한 우려를 의식한 듯 “총선 승리 시 프랑스의 국제 협약을 뒤집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NYT는 “그는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무기 제공 등을 제한하는 입장”이라고 평가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국제공항에 도착해 손을 흔들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닷새간의 프랑스 방문을 마치고 귀국했다. [연합] |
나토와 유럽연합(EU)에 특별한 의미를 두지 않는 트럼프의 우세도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지난 27일에 열린 첫 TV토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우리와 우크라이나 사이에는 바다(대서양)가 있다”며 “우크라이나 지원에 유럽 국가들이 더 돈을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바이든 대통령의 리더십 부족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일으켰다며 자신의 재임 기간에 전쟁을 끝낼 것이라 약속했다.
트럼프는 재집권할 경우 나토 회원국 방위비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현 2%에서 3%로 올리도록 요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NYT는 “나토와 EU는 2차 세계대전 전후로 평화와 번영을 확산하기 위해 구축한 체제”라며 “전쟁과 자국 우선주의 세력으로 인해 심각한 도전에 직면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