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토요타가 미국과 유럽, 중국 등지에서 판매하고 있는 순수 전기차 bZ4X. [토요타 홈페이지 갈무리] |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막대한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다양한 완성차업체들의 생산공장을 유치한 중국이 되레 이를 활용해 세계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중국 정부의 막대한 보조금과 낮은 생산비용을 이유로, 현지에 공장을 지은 완성차 업체들이 여기서 생산된 차량을 유럽과 미국 시장에 판매하고 나선 것이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이 2일 발간한 ‘글로벌 완성차사의 대중 협력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 토요타자동차는 자사의 첫 양산 전기차 bZ4X를 지난 1~4월간 미국에 7038대, 영국에 4194대, 노르웨이에 1843대 판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차량은 토요타가 일본 스바루와 공동으로 개발하고, 중국 협력사 FAW·GAC 등과 함께 생산해 판매하고 있는 제품이다. 그럼에도 같은 기간 중국 내수시장에서 판매량은 1574대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메르세데스-벤츠도 중국 지리와 합작사인 스마트(Smart)에서 소형 전기차인 #1, #3를 개발생산하여 독일을 포함한 해외시장에 판매하고 있다. 지난 1~4월을 기준으로 중국 내수판매량은 5588대, 홍콩은 867대였는데, 유럽은 3256대(독일 2595대, 프랑스 661대)로 내수의 절반에 육박했다. 업계 후발주자인 스텔란티스도 중국 리프모터와 51:49로 합작사를 설립하고 만든 소형 전기차 T03을 오는 9월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이호 한국자동차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2009년부터 2023년까지 중국 정부의 전기차 관련 누적 지원금을 2308억 달러(약 320조원)으로 추정할 만큼 막대했다”면서 “여기에는 구매보조금, 세제혜택, 전기차 제조업체에 대한 R&D 지원, 정부의 전기차 공공구매 등이 포함돼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완성차 기업들은 빠른 성장이 기대되는 중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 현지 생산을 통해 관세로 인한 가격 경쟁력 약화를 저감하고 중국의 저렴한 인건비 등을 활용하는 전략을 선택하면서 이를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중국과 무역갈등을 벌이고 있는 미국 정부가 중국에서 생산된 자동차에 대한 규제에 나설 수 있다는 완성차업계 일각의 분석도 소개했다.
이 연구원은 “최근 미국유럽 등에서 추진 중인 관세 인상이 효과적인 견제 장치로 작동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다만 중국은 저가 전기차 시장을 선점하며 축적한 기술과 노하우, 낮은 원가 경쟁력을 갖춘 만큼 관세 등의 견제 조치의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최근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케즘(일시적 수요정체기) 속에서 중국 완성차업계와 글로벌 기업 간의 협업은 지속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이 연구원은 “중단기적으로 중국 자동차 특히 전기차 산업에서 높은 강도의 경쟁이 지속되면서 자금난에 직면할 기업이 증가할 것”이라면서 “자금난을 겪는 기업 중 기술노하우을 보유한 기업과의 협력 관계를 모색하는 사례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한편 과거에는 중국 시장 진출 시 중국 측 지분 50% 이상을 요구했던 중국정부는 최근 현지 완성차 업체들의 성장으로 다양한 규정을 폐지해 나가고 있는 추세다. 지난 2018년에는 50% 지분 조건을 포함하는 특수목적차·신에너지차 대상 규정을 폐지했고, 2020년 상용차 대상 규정도 폐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