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젠슨 황, 삼성 필요한 진짜 이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3월 미국 새너제이에서 열린 ‘GTC 2024’ 기조연설에서 차세대 AI 반도체 ‘블랙웰(Blackwell)’을 소개하고 있다. 황 CEO의 오른손에 있는 것이 ‘B100’, 왼손에 있는 것은 이전 세대 제품인 ‘H100’이다. 김현일 기자

엔비디아의 차세대 인공지능(AI) 반도체가 3분기 출시되는 가운데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 3사가 만드는 고대역폭 메모리(HBM)의 부족 현상이 더욱 심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HBM 공급과잉 우려도 제기했지만 갈수록 더 많은 HBM을 필요로 하는 새 AI 반도체가 등장하고 있어 품귀현상을 빚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3분기 이전보다 더 강력한 성능을 자랑하는 ‘블랙웰(Blackwell)’ 기반의 B100을 출시한다.

B100은 앞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3월 미국 새너제이에서 개최한 GTC 2024에서 처음 공개하며 주목을 받았다. 황 CEO는 블랙웰을 기반으로 한 B100을 올해 하반기부터 생산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아 올린 HBM은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옆에 붙어 연산을 보조하는 역할을 한다. AI 서비스의 급증으로 처리해야 하는 데이터 양이 늘어나면서 엔비디아는 데이터 처리 속도를 높인 새 AI 반도체를 내놓고 있다. 덩달아 AI 반도체에 탑재되는 HBM의 인기도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현재 엔비디아의 주력 AI 반도체인 호퍼 기반의 H100에는 4세대 HBM(HBM3) 5개가 들어간다. H200에는 5세대 HBM(HBM3E) 6개가 탑재된다.

그러나 다음 세대인 블랙웰 기반 제품으로 넘어가면 HBM 탑재량은 더 늘어난다. 3분기 출시되는 B100의 경우 8개의 HBM3E를 필요로 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황 CEO는 지난달 2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4’ 기조연설에서 차차기 AI 반도체 ‘루빈’을 처음으로 공개한 바 있다. 루빈 기반의 R100부터는 6세대 HBM(HBM4) 8개가 들어간다. 이보다 더 강력한 성능의 루빈 울트라 기반의 제품에는 12개의 HBM4가 탑재될 예정이다. 황 CEO는 루빈 기반의 제품 양산 시기를 2026년으로 설정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내년 HBM4 개발·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에 HBM3와 HBM3E를 사실상 독점 공급하고 있지만 엔비디아가 필요로 하는 양을 맞추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특히 3분기 B100 출시를 시작으로 엔비디아가 요구하는 HBM 탑재량은 계속 늘어날 전망이어서 공급 부족이 예상되고 있다.

박준영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를 제외한 나머지 두 회사의 도움 없이는 엔비디아가 필요로 하는 HBM 수요량을 충족시키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엔비디아로선 SK하이닉스 외에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의 HBM 공급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로부터 HBM3E 샘플을 받아 테스트에 나섰지만 아직 공급계약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마이크론의 경우 HBM 생산능력(CAPA)이 경쟁사보다 떨어지는 데다 수율 문제까지 겹쳐 지금의 HBM 부족을 해결하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황 CEO도 이를 의식한 듯 지난달 4일 대만 타이베이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도 그들이(삼성전자, 마이크론) 최대한 빨리 테스트를 통과해 우리의 AI 반도체 공정에 쓰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우리는 H100, H200, B100, B200 등 여러 AI 가속기 라인업을 가지고 있는데 여기에 필요한 메모리 속도는 상당하기 때문에 HBM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황 CEO의 바람과 달리 SK하이닉스에만 HBM 공급을 의존할 경우 HBM 부족 현상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박 연구원은 “HBM 숏티지(부족) 상황은 올해 4분기까지 이어질 것”이라며 “3사의 CAPA가 글로벌 HBM CAPA에 포함되지 못할 경우 숏티지 상황은 2025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현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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