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3년 중국 간쑤성에서 한 근로자가 태양전지판을 점검하고 있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 없음). [로이터] |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유럽 산업 기업들이 저가의 중국산 수입품으로 인한 역내 수소 장비 제조업체들에 대한 위협을 줄이기 위해 보조금 요건을 강화할 것을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에 촉구하고 나섰다.
1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독일의 지멘스 에너지와 티센크루프 누세라 등 20개 제조업체는 1일 우르술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유럽 지도부는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며 “유럽의 무역, 경쟁, 산업 정책에 변화가 필요한 때가 됐다”고 밝혔다. 서한에는 중국이 자국 수소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유럽이 불리한 상황에 놓이고 ‘왜곡된 경쟁장’이 형성되는 것을 경고했다고 FT는 전했다.
컨설팅업체 블룸버그네프에 따르면 서한에 참여한 기업들은 기업은 중국 제조업체의 장비 가격이 국내 업체의 절반 수준도 안 돼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기준을 요구하고 있다.
블룸버그네프의 수소 애널리스트 샤오팅 왕은 “무역 장벽이 없다면 중국 제조업체들이 유럽에 대량 수출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서한에 동참한 노르웨이 수소 제조장비 업체 넬하이드로젠의 호콘 볼달 최고경영자(CEO)는 “유럽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며 “유럽에서 유럽 기술에 대한 수요를 창출하지 못하면 유럽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업체들이 중국을 이길 기회를 낭비하게 된다”고 말했다. 서한 서명자인 티센크루프 누세라의 베르너 포니크와르 최고경영자(CEO)도 “모든 이들이 유럽 국민의 세금이 유럽 내에서 성장을 촉진하도록 이어지는 것을 보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산업 그룹 수소 유럽의 정책 책임자인 다니엘 프레일은 이 서한을 지지하고 중국산 수입품을 “큰 위협”이라고 평가했다.
그린수소는 수력 등 재생에너지 전력을 이용해 순수한 물을 전기분해(수전해)해 생산한 수소다. 생산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등의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기 때문에 수소 에너지 가운데 가장 친환경적인 에너지원으로 평가된다.
이번 서한은 최근 EU가 중국 전기자동차(EV)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과 중국 태양광·풍력 제조업체에 불공정 보조금 조사를 진행하는 와중에 나왔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중국은 전 세계 그린수소 공급량의 37%를 생산하는 최대 생산국이며, 유럽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유럽 제조업체들은 연말에 있을 EU 수소은행 보조금 경매에선 자국산 부품으로 조립된 전기분해기가 나오길 원하고 있다. 지난 4월 이뤄진 첫 경매에서 낙찰된 프로젝트들 가운데 자국 기술에 의존하지 않은 전기분해기가 3분의 1 수준에 육박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티에리 브레튼 유럽연합(EU) 내부시장 담당 집행위원은 지난 5월 경매 기준을 강화할 것을 촉구했다.
한편 유럽연합(EU)은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1000만 톤의 재생가능한 수소를 생산하고 1000만 톤을 수입하는 것을 목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