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이른바 ‘K칩스법(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가결된 지난해 3월30일 국회 본회의. [연합] |
[헤럴드경제=김진·박상현 기자] 22대 국회 여야가 반도체 산업 지원 관련법안을 쏟아내고 있다. 인력·설비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확대 및 일몰 연장뿐 아니라 공격적으로 자국 반도체 산업 지원을 확대하는 해외 사례에 발맞춘 국가 차원의 지원까지 포함하는 내용이다. 4·10 총선을 앞두고 정쟁이 난무한 21대 국회 임기 말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전력망 구축을 위한 특별법 및 ‘K칩스법’ 후속 입법을 외면했던 여야가 이번엔 다른 결론을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2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경기 용인갑에 지역구를 둔 이상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날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활성화를 위한 패키지법안을 대표발의했다. 반도체, 이차전지 등 국가첨단전략산업 산업단지를 지원하는 내용의 ‘국가첨단전략산업법’과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다.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를 지정해 산업기반 시설 및 공동 연구개발(R&D) 인프라 관련 비용을 국가나 지자체가 지원하도록 했고, 반도체 산업 기반시설의 경우 정부와 지자체가 설치 비용의 70% 이상을 의무 부담하도록 했다. 또 올해 말 일몰 예정인 국가전략기술 시설투자 세액공제를 2030년 말까지 연장하고, 세액공제 대상에 연구개발 장비와 토지·건축물을 새롭게 포함시켰다.
민주당에서는 앞서 당 정책위 의장, 원내대표를 지낸 김태년 의원도 반도체 산업에 100조원 규모의 정책 금융을 지원하는 파격적인 내용의 ‘반도체특별법’ 제정안 대표발의를 예고했다. 반도체 R&D 세액공제율을 최대 50%까지 상향하고, ‘반도체 특구’로 지정된 지역에 경제자유구역과 동일한 규제 특례·세제 혜택을 주는 게 골자다. 이 의원의 법안과 마찬가지로 올해 말 일몰되는 세액공제 기간을 2034년까지 10년 연장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김 의원 측은 “현재 공동발의자 접수를 진행 중으로 조만간 대표발의가 이뤄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한규 의원도 국가첨단전략산업 기반시설 설치·운영 시 국가와 지자체가 최대 전액을 지원하도록 한 국가첨단전략산업법 개정안을 내놨다. 이재관 의원은 국가첨단전략산업 기술과 관련해 정부와 국회 감시 권한을 확대하는 내용의 국가첨단전략산업 개정안을 발의했다.
민주당의 연이은 기업 지원책 발의는 앞서 기업 세제 혜택 등을 ‘부자 감세’라고 비판해 온 것과 대조적이다. 100조원대 특별법을 놓고 일각에서 “국가 재정 상황을 감안했을 때 비현실적”이란 지적도 나오지만 국가 경제, 일자리와 직결된 경제 입법을 통해 지방선거와 대선을 앞두고 ‘수권정당’ 면모를 강조하는 행보로 해석된다. 국민의힘은 앞서 “민주당이 우리 경제의 활성화와 미래 경쟁력 투자에 소극적이었던 자세에서 벗어나 반도체 산업 육성 입장을 밝혔다(정점식 정책위 의장)”며 ‘여야정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전향적 태도 변화를 환영하면서도 집권여당으로서 주도권 잃지 않기 위한 포석이다.
국민의힘에서는 삼성 사장 출신의 고동진 의원이 ▷대통령 직속 반도체산업경쟁력강화특별위원회 설치 ▷반도체산업 관계 규제 일원화 ▷신속 인·허가 패스트트랙 도입 ▷관련 전력·수력 인프라 신속 구축 지원 ▷정부 차원의 법정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계획 수립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클러스터 지정 및 보조금 지원 심의·이행 등을 담은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법’을 대표발의했다. 고 의원은 “이를 통해 결과적으로 반도체산업을 통한 생산 유발 650조원, 직간접 고용 창출 346만명, 소부장 협력기업 매출 204조원 등의 경제적 효과를 유발시킬 것”이라고 했다.
이 밖에 조지연 의원은 국가첨단전략산업 기업 육성·보호 자금 마련을 위해 ‘국가첨단전략산업경쟁력강화기금’ 조성을 주장하는 특별법을 내놨고, 21대 국회 후반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 여당 간사를 지낸 김성원 의원은 당시 임기 만료로 폐기된 ‘국가기간 전력망확충 특별법’를 새롭게 발의했다. 국가첨단전략산업 기술 R&D 및 시설투자 등에 대한 세액공제 일몰 기한을 연장하는 조세특례제한법도 4건 발의됐다.
다만 해당 법안들이 곧장 논의에 들어가긴 어려울 전망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와 산자위는 간사 선임을 마친 뒤 업무보고 등 현안 대응에 들어갈 예정으로, 이달 말 발표될 정부의 세법개정안에 포함될 각종 세제 개편과 포항 영일만 석유·가스 개발을 둘러싼 여야 공방이 예상된다. 한 국회 관계자는 “빨라야 9월 정기국회에서나 상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