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일본의 새 지페가 20년 만에 발행된다. 도쿄 일본은행 본관에서 가즈오 우에다 일본은행 총재(맨 오른쪽) 등 일본은행 관계자들이 신권 발행식을 하고 있다. [로이터] |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일본이 3일 20년 만에 새 지폐를 발행한다. 당장 ATM 교체 등으로 약 13조원의 경제 효과가 기대되는 데다 오랫동안 집에 있던 522조원의 ‘장롱 예금’이 움직일 경우 경기 부양 효과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이날부터 일본 1만엔권, 5000엔권, 1000엔권 새 지폐 45억 3000장이 시중 은행 등을 통해 유통될 예정이다.
일본 정부는 새 지폐 발행을 통한 경기 부양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먼저 발생할 경제 효과는 새 지폐가 유통되면서 늘어난 각종 비용이다. 노무라종합연구소는 ATM 등 각종 기기 교체 비용이 들면서 약 1조6000억엔(약 13조9000억원) 증가해 일본의 연간 명목 국내총생산(GDP)을 0.27%가량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키우치 토에이 노무라 이코노미스트는 “손님이 직접 계산하는 자판기가 늘어나면서 과거보다 ATM 교체 비용이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본 고령층이 보유한 ‘장롱 예금’이 시장에 풀리면 경기 부양 효과는 더욱 커질 수 있다. 장롱 예금은 세금, 저금리를 피하기 위해 은행 같은 금융기관이 돈을 맡기지 않고 집 안에 보관한 돈을 일컫는다.
다이이치생명경제연구소는 약 60조엔(미화 약 3700억달러/한화 약 522조원)에 달하는 일본 장롱 예금이 고물가와 새 지폐 발행 등의 요인으로 움직이기 시작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닛케이는 새 지폐가 일본 사회에 변화를 가져오긴 하겠지만 과거만큼 파급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닛케이는 “2004년 당시에는 위조지폐가 연 2만장 이상 발견돼 신권을 빨리 유통해야 한다는 위기가 있었지만 현재 발견되는 위조 지폐는 연 1000장 아래”라며 “카드 결제 등이 보급되면서 현금 수요는 떨어지고 있다”고 부연했다.
한편 신권이 발행되면서 새롭게 등장한 지폐 속 인물도 주목 받고 있다.
일본이 지폐 속 인물을 교체한 것은 지난 2004년이 마지막이었다. 당시에는 1000엔권과 5000엔권만 바뀌었으나, 1만엔권 인물은 1984년 이후 40년 만에 교체된다.
1만엔권 인물은 기존 메이지 시대 사상가였던 후쿠자와 유키치에서 ‘일본 자본주의 아버지’로 불리는 시부사와 에이치(1840~1931)로 바뀐다. 시부사와는 일본 메이지~쇼와 시대 철도·비료·호텔 등 여러 분야에 걸쳐 500여 개의 회사를 세운 기업인이지만 당시 대한제국에 만주 침략을 목적으로 한 경인선·경부선 등을 부설해 제국주의 침략에 앞장섰다는 비판도 나온다.
5000엔권은 기존 일본 여류 작가 히구치 이치요에서 일본 여성 교육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쓰다 우메코로 바뀐다.일본 최초의 여성 해외 유학생인 쓰다는 1900년 도쿄 여자영문학학원(현 쓰다주쿠대)를 설립했다.
1000엔권은 매독균을 발견한 세균학자 노구치 히데요(1876~1928)가 파상풍 치료제를 세계 최초로 개발해 ‘일본 근대 의학의 아버지’라고 추앙받는 기타사토 시바사부로로 대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