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의 국영 IRIB 방송 스튜디오에서 열린 대선 후보 TV 토론에 참석한 사이드 잘릴리 후보(왼쪽)와 마수드 페제시키안 후보가 인사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치러진 1차 투표에서 득표율 1~2위를 기록한 이들은 오는 5일로 예정된 결선 투표에서 맞붙는다. [IRIB 제공] [연합]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이란 대선 결선투표에서 맞붙는 중도·개혁 성향 마수드 페제시키안(70) 후보와 보수 강경파 사이드 잘릴리(59) 후보가 이란 핵합의(JCPOA) 복원 여부를 놓고 정면충돌했다.

페제시키안은 자국을 향한 경제 제재를 완화하기 위해 서방과 관계를 정상화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잘릴리는 약속을 먼저 어긴 것은 서방이었다며 강경론으로 맞섰다.

2일(현지시간) 국영 프레스TV와 AP 통신에 따르면 전날 저녁 국영 IRIB 방송으로 생중계된 TV토론에서 페제시키안은 “제재가 심각한 해악을 끼치고 있다”며 “내 외교정책은 국제사회와 관계를 정상화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의 기준) 및 JCPOA에 대한 이행(implementation)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이란은 과거 온건 성향 하산 로하니 행정부 때인 2015년 미국 등 서방과 JCPOA를 극적 타결하며 일부 제재 완화 성과를 얻었으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집권하던 때인 2018년 미국이 이를 파기하며 다시 강력한 제재를 마주하게 됐다.

당시 로하니 행정부는 FATF 가입 방안도 논의했으나 이란 보수파가 이를 반대해 성사되지 못했다. 이후 FATF는 2020년 이란을 ‘최고 수준 제재’ 대상에 올리고 가입국과 거래하지 못하도록 했다.

페제시키안은 “지금 우리는 석유를 (가능한 생산량의) 18%밖에 뽑아내지 못하지만 다른 나라들은 48%”라며 “우리는 석유를 저렴하게 수출하면서 가격도 공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잘릴리는 “당신은 일부 문제를 올바르게 진단하지 못하고 있다’며 “FATF와 JCPOA는 상대방에게 약속 이행을 요청해야 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잘릴리는 “우리는 수십가지를 포기했지만, 상대는 JCPOA에서 탈퇴했다, 우리는 채무자가 아닌 채권자”라며 “상대가 약속을 이행하지 않겠다고 해서 과거 8년(로하니 행정부 때)처럼 우리가 숙여서는 안 될것”이라고 쏘아붙였다.

이어 “나는 굴욕이 아니라 힘으로 이 길을 가겠다”며 “상대의 손에서 제재 도구를 제거하는 방법은 대화를 통하는 것도 있지만 순교자 라이시처럼 행동하는 것도 있다”고 역설했다.

잘릴리는 “상대가 제재를 가한 것을 후회하게 만들어야 한다”며 “외교정책을 논할 때 세계를 몇몇 국가로 제한하는 것은 실수다. 국제사회에는 200개 국가가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유럽에서 러시아로 채소를 수출하는 것이 중단됐는데, 이를 이용해 우리가 러시아에 채소를 수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제안도 했다.

서방의 제재가 이란 경제난의 원인이라는 점에는 공감을 표하면서도 최근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벌인 이유로 역시 서방 제재로 제재를 받는 러시아 등 서방 밖 진영과 무역 증진을 꾀하는 우회로를 대안적 해법으로 제시한 것이다.

두 사람 간에 거친 언사도 오갔다. 페제시키안은 잘릴리가 외무차관과 핵 협상 대표를 역임했으나 기관장 경력은 전무한 점을 파고들며 “어떤 하나의 조직이라도 운영해본 경험이 있나”라고 물었다.

잘릴리는 제대로 된 국정 계획이 없는 페제시키안이 집권하면 나라가 “후진적 위치”로 주저앉을 것이라고 공격하기도 했다. 이들은 이날 저녁 2차 TV 토론을 갖는다. 결선투표는 오는 5일 치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