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역 교통사고에 희생된 시중은행 직원 이모(52) 씨의 운구차량이 4일 새벽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박지영 기자. |
[헤럴드경제=이민경·박지영 기자·김도윤·차민주 수습기자] “아이고 우리 착한 아들 잘가라. 아까워서 어떡해.” 4일 오전 5시19분께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아들이 떠나는 마지막 길을 바라보는 어머니는 이렇게 말하며 울었다.
이날 서울대병원에서 시청역 역주행 사고 피해 사망자 중 인근 시중은행 직원의 발인식이 연달아 치러졌다. 유가족들과 지인들은 운구차가 나오는 출구에 일렬로 나란히 서서 고인이 가는 길을 기렸다. 일동 묵념 후 3~4초간 정적이 흐르는 동안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쳐내는 이들이 많았다.
은행 임직원들 역시 대거 이날 장례식장을 찾았다. 운구차가 떠나는 길에 50여명이 도열했고, 장례식장 안에도 여럿 모여서 유가족들을 위로했다. 고인들과 같은 부서에서 일했거나 일면식이 있는 동료들로 휴가를 내고 참석한 직원도 있었다.
이날 제일 먼저 발인식이 치러진 고인 박모(44) 씨는 지난 1일 승진 인사로 이를 기념해 동료들과 사고지점 인근에서 회식을 마친 뒤 길에서 이야기를 나누다 희생됐다. 고인의 어머니는 운구차를 손으로 쓸면서 통곡했다. 직장 동료들도 “어떻게 해” 하며 안타까워 눈물을 흘렸다.
이어서 나머지 두 명의 은행직원 희생자들인 이모(52) 씨와 또다른 이모(52) 씨의 발인식이 거행됐다. 교인들이 찬송가를 부르는 종교 의식도 거행됐다. 고인들의 자녀들이 영정사진을 들고 그 뒤로 가족들이 뒤따랐다. 모두 눈이 붉게 충혈됐고 침통한 표정이었다.
세 명의 은행직원 희생자들은 모두 40·50대로 자녀가 있는 아빠였다. 고인 아들의 친구라고 밝힌 한 조문객은 “친구 아버지가 갑작스럽게 가셔서 너무 마음이 안 좋다. 부디 좋은 곳으로 가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직장 동료라고 밝힌 조문객은 “허망하다”고 탄식했다.
4일 새벽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서울시청 직원 고(故) 윤 모씨의 발인식이 치러지고 있다. 차민주 수습기자 |
같은 시간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는 서울시청 공무원 윤모(31) 씨의 발인이 진행됐다. 오전 6시부터 발인 행렬이 시작됐다. 행렬 동안에는 아무도 울지 않고 작은 소리도 숨죽여 참는 분위기였다.
관이 영결식장에서 나와 리무진에 들어갈 때부터 곳곳에서 참았던 울음이 터져나왔다. 친지로 보이는 여성들이 입을 틀어막았지만 울음소리가 비집고 나왔다. 묵념이 시작되자 유족들 모두가 어깨를 들썩이며 흐느꼈다. 고인이 탄 리무진이 앞서 나가고, 유족들이 탄 버스도 뒤를 따르며 현장이 해산됐다.
서울 국립중앙의료원 장례식장에서 발인을 마친 서울시청 공무원 김모 씨도 이날 발인을 마쳤다. 김씨의 유족이 영정과 위패를 들고 서울시청을 순회했다.
희생자들은 지난 1일 오후 9시 30분께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시청역 교차로 방향으로 고속 역주행하면서 인도로 돌진한 제네시스G80 차량에 치여 사망했다. 경찰은 가해차량의 속도·급발진·제동장치 작동 여부 등에 대해 조사하기 위해 차량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 의뢰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