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LA에서 열린 드라마 시사회에 참석한 톰 행크스 가족. 맨 왼쪽이 쳇 행크스 [게티이미지닷컴] |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화이트 보이 서머(white boy summer).’
과거 쳇 행크스(33)가 장난스럽게 만든 이 문구가 전 세계 백인 우월주의자와 관련 단체들의 주요 구호로 차용돼 확산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이 3일(현지시간) 전했다. 쳇 행크스는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인물이자 미국의 국민배우로 꼽히는 톰 행크스(67)의 아들이다.
다만, 이와 관련해 쳇 행크스는 “개탄스러운 일”이라며 자신의 의도를 적극 해명했다.NYT는 이날 “톰 행크스의 아들은 어떻게 온라인에서 혐오 밈을 낳았나”라는 제목의 기사로 관련 내용을 전했다.
보도 등에 따르면 배우이자 가수로 활동하는 쳇 행크스는 2021년 봄 자신의 SNS 계정에 올린 여러 글과 뮤직비디오에서 이 문구를 반복적으로 사용했다.
그는 특히 남성과 관련한 패션이나 조언을 담은 글에서 이 문구를 쓰며 ‘백인 소년 여름’이라는 뜻의 단어 조합이 자신을 비롯해 동료인 백인 뮤지션 존 비와 잭 할로우를 지칭하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당시 쳇 행크스가 공개한 뮤직비디오는 이전에 여성 팝스타 메건 더 스탤리언과 니키 미나즈 등이 협업해 인기를 끈 노래 ‘핫 걸 서머’(Hot Girl Summer)의 오마주가 담겨있는 식이었다.
쳇 행크스가 이 노래 제목에서 따온 듯한 ‘화이트 보이 서머’는 이후 온라인에 퍼졌다. 그러다 인종주의자들이 애용하는 문구로 떠올랐다.
온라인상의 인종주의를 추적하는 단체 ‘증오와 극단주의에 반대하는 글로벌 프로젝트’(GPAHE)가 전날 발표한 데 따르면, 올 들어 텔레그램에 ‘화이트 보이 서머’라는 문구를 쓴 게시물이 수천개 올라왔다.
이런 게시물 중 상당수는 극우단체들의 새로운 가입자 모집, 시위 조직과 함께 이민자·성소수자를 공격하는 내용과 관련이 있었다고 한다.
GPAHE 창립자 중 한 명인 웬디 비아는 “(화이트 보이 서머를 차용한 밈이)온라인상 주변부에서 미국과 전 세계의 정치적 주류 내로 이동 중”이라고 주장했다.
지난달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보수단체 ‘터닝포인트 USA’의 집회 때도 ‘화이트 보이 서머’라는 문구가 쓰인 현수막이 등장했다.
쳇 행크스는 이 문구와 관련한 논란이 이어지자 이날 인스타그램에 글을 올려 자신의 의도를 해명했다.
그는 “‘화이트 보이 서머’는 모든 인종의 아름다운 여왕들을 사랑하는 백인 소년들을 재미있고 즐겁게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며 “어떤 특정 집단에 반대하는 증오나 편견을 지지하는 의미로 왜곡된 건 개탄스러운 일이다. 나는 그 행태를 규탄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미국의 국민배우 톰 행크스는 지난달 6일 프랑스 서북부 노르망디에서 열린 노르망디 상륙작전 8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화제가 됐다.
미국 주간지 뉴스위크는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주제로 한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연출한 스필버그 감독과 주연을 맡은 톰 행크스가 이날 행사장에서 재회했다고 밝혔다.
톰 행크스는 프랑스 방송사 BFMTV와의 인터뷰에서 2차대전과 관련한 미디어의 영향에 대한 질문에 “계속 진행되는 모든 감동적인 이야기를 모았다면,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몇걸음 앞으로 가기도 하고 물러서기도 하면서 전진해나가면 미래로 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