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발급된 신용카드수가 1억3000만장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카드를 긁어 소비한 규모도 통계 편제 이래 사상 최대치다. 고물가·고금리에 소비 여력이 줄어든 사람들이 카드 사용을 늘린 것으로 풀이된다. ▶관련기사 17면
1인당 신용카드수도 2011년 이후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다른 신용카드로 계속 빚을 옮기는 ‘신용카드 돌려막기’도 우려된다.
4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발급된 신용카드 수는 1억2980만매로 1990년 통계 작성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신용카드 매수는 통상 경기가 어려울 때 늘어난다. 실제 직전 최고 발급량인 1억2214만매를 기록했던 2011년은 한국이 처음으로 세계 경제성장률보다 낮은 ‘저성장’을 기록했던 때다. 이후 2017년 9946매까지 쪼그라들었던 카드 발급 규모는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카드 결제액인 신용판매 잔액도 지난해 말 기준 941조8744억원으로 통계 편제를 시작한 1990년 이후 역대 최대 수준이었다.
비중을 살펴보면 일시불이 779조8052억원으로 82.8% 수준이었고, 할부는 162조693억원으로 17.2%였다.
국민들이 쓰는 전체 소비에서 ‘카드빚’이 차지하는 비중도 가장 컸다. 여신협회에 따르면 민간최종소비지출 대비 신용판매 비중은 지난해 82.3%에 달했다. 이 비중은 2014년 58.2%에서 증가하기 시작해 9년 만에 24.1%포인트 뛰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경제가 성장하면서 소비가 증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면서도 “거시경제 환경이 어려울 때 카드 사용이 더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고금리에 불어난 대출 이자를 갚고 난 뒤 카드빚까지 낼 여력이 줄어들면서, 신용카드사 연체율도 줄줄이 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일반은행의 신용카드 대출금 연체율은 지난 2월 말 기준 3.4%로, 2014년 11월(3.4%) 이후 9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문혜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