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8월 드라마 보조출연 관계자 12명으로부터 성폭력을 당한 뒤 숨진 언니와 언니를 따라 세상을 등진 동생. [유튜브 채널 '나락보관소' 캡처] |
[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이 가슴은 365일 따갑고 아픕니다. 딸들이 보고 싶어서요.”
20년 전 발생한 ‘단역배우 자매 사망 사건’의 친모가 사건 가해자들의 신상공개를 예고한 유튜브 채널을 통해 그간의 고통스러운 심경을 전했다.
지난 3일 유튜브 채널 나락보관소에서는 피해자들의 친모 장모 씨의 육성 편지가 공개됐다.
장씨는 “우리 큰딸 보물 1호, 작은딸 보물 2호. 내 옆에는 없지만 죽은 자식도 자식이고 항상 사랑하고 옆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냥 맨날 보고 싶고 밤이 되면 미칠듯한 느낌이 든다. 갑자기 그립고 보고싶고, 이 가슴은 365일 따갑고 아프다”고 털어놨다.
이어 “(딸들이) 엄마는 강하니까 20년 후에 원수 갚고 따라오라고 했다”면서 “내가 원수 갚고 갈테니까 만나달라고, 그때까지 하나님 옆에서 잘 지내라고 부탁하고 싶다”고 울분을 토했다.
그러면서 “남들은 혼자 싸웠다고 하는 데 아니다. 혼자가 아니었고 소중한 누리꾼들이 응원해 줬기 때문에 이런 날이 온 것”이라며 최근 사건이 재조명 된 데 대해 고마움을 전했다.
나락보관소 측은 지난달 30일 단역배우 사망 사건 가해자들의 신상을 공개하겠다고 예고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최근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 가해자들의 신상을 폭로해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나락보관소는 “(장씨가) 가해자들로부터 수많은 고소를 당해 집까지 팔게 됐다”며 “금전적인 도움도 좋지만, 이 사건이 널리 알려져야 한다”고 관심을 호소했다.
숨진 A씨가 드라마 보조출연 관계자들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뒤 병원 치료를 받으며 작성한 글. [JTBC '탐사코드J' 방송화면 캡처] |
단역배우 자매 사건은 지난 2004년 8월 대학원생이던 장씨의 딸 A씨가 친동생 B씨의 권유로 드라마 단역배우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드라마 보조출연 관계자 12명에게서 지속적으로 성폭행과 강제추행을 당한 사건이다.
A씨는 관계자들을 경찰에 고소했지만 수사 과정에서 2차 피해와 가해자들의 협박을 받은 끝에 결국 고소를 취하하고 2009년 극단적 선택을 했다. 동생 B씨는 한 달 뒤 A씨를 따라 세상을 등졌고, 피해자의 아버지 역시 두 딸의 죽음에 충격을 받아 뇌출혈로 사망했다.
가해자들은 고소가 취하 돼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않았다. 이후 장씨가 2014년 가해자 12명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냈지만, 공소시효가 만료돼 패소했다. 장씨는 결국 1인 시위와 함께 유튜브를 통해 가해자들의 신상을 폭로하는 등 홀로 싸움을 이어가다 가해자들로부터 명예훼손 혐의로 피소됐고, 재판에서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장씨는 지난 3월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현재까지 가해자들에게 고소당한 게 30건쯤 된다. 일부 가해자는 아예 일손을 놓고 저를 계속 고소하고 있다”며 “악마들의 만행을 공유해달라. 우리 딸들의 유언”이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