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청역 대형 교통사고 이후 자동차 급가속 등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1일 밤 역주행 운전으로 9명의 사망자가 일어난 시청역 인근 인도에 국화꽃이 놓여진 모습[연합] |
[헤럴드경제=김용재 기자] 지난 1일 밤 서울 시청역에서 벌어진 대형 교통사고 이후 자동차 급가속 등에 대한 시민 관심이 커지고 있다. 가해차량 운전자 차모(68)씨는 ‘차량 급발진이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사고 원인은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5일 헤럴드경제가 인터뷰한 전문가들은 차량에서 급발진이 의심되거나 차량 감속, 제동이 잘 안 되는 등 돌발 상황이 발생했다면 ‘4단계’로 대처하라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우선 ▷브레이크를 최대한 꽉 밟고 ▷기어를 중립 상태로 두고 ▷사이드브레이크를 걸고 ▷시동을 끄라고 했다.
한국교통안전공단 관계자는 “우선 차량 제동법을 알아야 하는데, 우선 가속하는 차량에서 브레이크를 자신이 밟을 수 있는 최대로 밟아야 한다”라며 “온 힘, 양발을 다 써서 브레이크를 밟는 연습을 평소에 해두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브레이크를 꽉 밟은 상태에서 기어 중립, 사이드브레이크, 시동 끄기 등을 시도하면 된다”라고 조언했다.
가속하고 있는 차량의 시동을 끄기 위해선 최대 5초 동안 시동 버튼을 지속해서 누르고 있거나 최대 5회 이상 반복적으로 눌러야 한다. 그러나 이미 빠르게 튀어나가는 차에 당황한 운전자가 시동 버튼을 제어하려다 핸들까지 놓칠 수도 있어 위험은 상존한다.
제동 페달이 작동하지 않는다면 전자식 주차브레이크(EPB)를 누르는 방법도 있다. EPB는 페달·사이드 브레이크 기능을 전자식 버튼으로 대체한 것이다. 2010년 이후 출고 차량에 대부분 장착됐으며, 현재 15개 제조사의 364개 차종에 EPB가 장착돼 있다.
지난해 한국교통안전공단이 실시한 ‘주행 및 제동 시험’에서 시속 100㎞ 이상 속도에서 제동 페달이 작동되지 않은 경우, 전자식 주차브레이크를 작동시키는 것만으로도 차량을 완전히 정지시키거나 속도를 현저히 감소시킬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9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지난 1일 밤 서울 시청역 대형 교통사고. [헤럴드경제 DB] |
이마저도 통하지 않는다면 사람이 없는 그나마 가장 안전한 지형지물과 충돌해서라도 차를 멈춰 세워야 한다.
자동차급발진연구회장인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급발진이 일어나면 사람이 당황하기 때문에 누구도 대처하기 어렵다”라며 “가장 중요한 것은 차를 세우는 것이다. (충돌할)안전한 물체를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전봇대나 가로등 같은 도심의 수직 구조물에 부딪히면 에너지가 집중되기 때문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는다”라며 “제일 좋은 방법은 (주변에 있는) 차에 부딪치는 것이다. 차는 보험이 된다. 자동차 엔진룸과 트렁크룸의 에너지 분산 구조가 사람이 만든 구조물 중 가장 좋다”라고 설명했다.
삼성화재 교통안전문화연구소 역시 “급발진이 발생할 경우 사람 없는 곳의 측면 가드레일이나 건물 외벽을 박아 가능한 빠르게 속도를 낮추는 데 집중해야 한다”라며 “그나마 가장 나은 방법은 평평한 벽에 서서히 부딪히는 것”이라고 했다.
무엇보다 최우선 순위로 해야 할 것은 운전자 본인이 브레이크 페달이 아닌 가속 페달을 밟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는 것이다.
도로교통공단 관계자는 “제동 페달에 매트나 물병 등 이물질이 걸려있거나, 운전자가 졸음운전 등으로 오작동을 해 의도치 않은 가속이 발생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이것부터 확인해야 한다. 눈으로 직접 자기 발을 확인하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