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상금 요구 과해” 산양삼 100만뿌리 갈아엎은 골프장 ‘유죄’

[123rf]

[헤럴드경제=민상식 기자] 산양삼 100만 뿌리를 중장비로 갈아엎어 무단 훼손한 뒤 손해 배상하려 한 골프장 관계자들이 재물손괴 유죄를 선고받았다.

무단 철거 시 문제가 될 수 있음을 알고도 이 같은 행위를 한 것은 이해타산적일 뿐 정당행위로 인정될 수 없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다만, 땅이 골프장 소유인 점 등을 고려해 형의 선고를 유예했다.

춘천지법 원주지원 형사2단독 박현진 부장판사는 재물손괴 혐의로 불구속기소 된 원주의 한 골프장 대표이사 A(63)씨와 본부장 B(57)씨 등 2명에게 벌금 100만원의 선고를 유예했다고 6일 밝혔다.

A씨 등은 2022년 8월 1일 오전 8시부터 같은 달 7일 사이 원주시의 한 골프장 조성 부지에서 산양삼 재배 농가 C씨 등이 심은 산양삼 100만뿌리를 중장비 등으로 갈아엎어 메우는 등 농가의 재물을 망가뜨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 등은 재판에서 "골프장 소유의 땅이라 '타인의 재물'이라고 할 수 없고 생산 신고하지 않아 유통·판매할 수 없는 작물일 뿐만 아니라 타인의 재물이 된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만큼 재물손괴의 고의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수개월에 걸쳐 C씨 등에게 자진 수거하게 하거나 보상금을 제안했으나 과도한 보상을 요구하며 응하지 않아 이 같은 행위에 이르게 됐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골프장 측의 허락 여부와 관계 없이 산양삼 농가에서 심은 산양삼은 농가의 소유라고 판시했다.

공소사실의 손괴 행위는 골프장 공사중단에 따른 손해를 계속 감수하는 것보다는 산양삼 무단 매립 후 손해를 배상하는 것이 더 경제적인 선택이라는 결론 끝에 이뤄진 이해타산적 행위일 뿐 정당행위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양형에 대해 "피해 농가가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고 산양삼을 심은 것이 아니고, 생산 신고 등을 거치지 않아 합법적인 판매·유통이 이뤄질 수 없는 재물에 해당하는 점, 재판단계에서 9000만원에 합의한 점 등을 고려해 벌금형의 선고를 유예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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