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출신 노벨문학상 수상자 앨리스 먼로. [AFP 연합뉴스] |
[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 단편소설 작가로는 세계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캐나다 작가 앨리스 먼로를 둘러싼 끔찍한 가족사가 그의 사후 폭로됐다. 지난 5월 92세를 일기로 숨을 거둔 먼로는 2013년 캐나다 작가로는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았으며, 단편소설의 거장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더욱이 먼로는 주로 여성을 그린 작품으로 사랑을 받아왔지만, 정작 자신의 딸이 의붓아버지에게 성폭행을 당한 일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은 것으로 충격을 주고 있다.
7일(현지시간)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먼로의 딸 앤드리아 로빈 스키너는 이날 캐나다 일간지 토론토 스타에 게재한 글에서 "어릴 적 의붓아버지에게서 성학대를 당했고 어머니 먼로는 그 사실을 알고도 의붓아버지 곁에 남았다"고 폭로했다.
토론토 스타에 실린 기사에 따르면, 스키너는 성학대가 시작됐을 때로부터 30여년이 지난 후인 2005년 온타리오주 경찰서에 갔고 당시 80세가 된 의붓아버지 제럴드 프렘린은 스키너를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됐으며 유죄를 인정했다.
하지만 스키너는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어머니의 명성 때문에 "침묵은 계속됐다"고 말했다.
스키너에 따르면, 성학대는 자신이 9세이던 1976년 시작됐다. 당시 40대였던 어머니와 50대였던 프렘린의 집을 방문했을 때 프렘린이 자신이 자던 침대로 올라와 성폭행했다고 말했다.
스키너는 이후 몇년 간 프렘린은 차를 타고 갈 때 자신에게 성기를 노출했으며 먼로의 성욕에 대해 이야기했고, 그가 좋아하는 이웃집 어린 여자아이들에 대해서 말했다고 주장했다.
스키너는 또 자신이 20대였을 때 먼로가 의붓아버지에게서 성학대를 당한 뒤 극단적 선택으로 숨진 한 단편소설 등장인물에게 동정ㅍ어린 시선을 내비치자 편지로 자신이 당한 학대에 대해 어머니에게 털어놨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먼로는 딸에게 연민을 나타내기 보다 마치 불륜을 알게 된 것처럼 반응했다고 한다.
이후 먼로는 프렘린을 잠시 떠나 다른 곳에 머물렀으나 프렘린은 가족들에게 편지를 써 학대를 인정하면서도 스키너가 먼저 유혹했다는 식으로 책임을 돌렸고, 먼로는 프렘린에게 다시 돌아와 2013년 남편이 숨질 때까지 그의 곁에 있었다고 스키너는 말했다.
스키너는 자신의 어머니에 대해 "그녀는 무슨 일이 일어났든 그것은 나와 내 의붓아버지 사이의 일이라는 데 단호했다"며 "그것은 어머니 자신과는 전혀 관계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스키너는 "그녀는 자신이 너무 늦게 들었으며, 그를 너무나 사랑한다고 말했다"며 "만약 그녀가 스스로의 욕구를 부인하고, 자녀를 위해 희생하고 남자들의 잘못에 대해 보상할 것으로 기대한다면 그것은 우리의 여성혐오적인 문화 탓이라고 말했다"고 회상했다.
스키너는 왜 어머니의 사후에 이 같은 폭로를 결정했는지에 대해서는 "내가 원했던 것은 진실에 대한 기록과 내게 일어난 일이 내가 마땅히 겪었어야 했던 것이 아니라는 공개적인 입증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나는 내 이야기가 사람들이 내 어머니에 대해서 말하는 이야기들의 일부가 되기를 원했다"며 "나는 내게 일어난 일의 현실, 진실을 마주한 내 어머니가 나를 학대한 사람 곁에 계속 머물고 그를 보호하기로 결정했다는 사실에는 아랑곳하지 않는 또 다른 인터뷰, 전기, 행사를 보기를 원하지 않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