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상반기 가계 해외 투자 최대…엔화 약세 부추겨

일본 엔화와 미국 달러. [로이터]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일본에서 투자신탁을 통한 개인의 해외 주식과 펀드 구매가 급증하면서 엔화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

9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올해 개편된 소액투자 비과세제도(NISA)가 인기를 끌면서 일본 투신운용 업체의 올해 상반기 해외 주식·펀드 순매수액이 역대 최고인 6조1639억엔(약 53조원)을 기록했다.

이는 4조엔(약 34조4000억원) 전후로 전망되는 일본 상반기 무역적자보다 많은 금액이다.

일본인들이 해외 금융상품에 눈을 돌리는 배경으로는 고물가와 낮은 금리가 있다.

일본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2022년부터 2%를 넘었으나 예금 금리는 사실상 0%에 가까웠다.

닛케이는 “일본에는 이율 2%인 금융상품이 적다”며 “대형 은행에 1년간 300만엔(약 2580만원)을 맡겨도 이율은 0.1%를 밑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일본 거주자가 달러로 표시된 주식과 채권을 구입하면 엔화를 팔고 달러화를 사들이는 외환 거래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익을 확정한 자금을 일본으로 가져오면 향후 엔화 강세 요인이 될 수 있다”면서도 NISA를 비롯한 장기 투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엔화 가치 상승을 기대하기는 힘들다고 관측했다.

닛케이는 일본 경제에서 구조적 엔화 매도 요인이었던 무역적자 외에 가계의 외국 금융상품 투자도 엔화 가치 하락(엔저)을 이끌고 있다고 분석했다.

NISA는 주식 거래에서 발생하는 이익에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 제도로, 올해 1월부터 연간 투자 상한액이 인상되고 비과세 기간도 무기한으로 늘어났다.

엔/달러 환율은 지난 3일(현지시간) 뉴욕 외환시장에서 한때 161.96엔까지 올라 1986년 12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고 이날도 161엔 안팎에서 등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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