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학원가 마약음료 피의자 이모(27)씨가 지난해 12월 중국에서 국내로 송환돼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으로 들어오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서울 강남 학원가 마약음료 사건 주범으로 지난해 12월 중국에서 송환된 이모(27)씨가 1심에서 23년을 선고받았다. 이 씨는 강남 마약음료 사건을 기획하고 지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현행법상 영리목적 미성년자 마약투약 혐의를 받는 피고인에게는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을 선고하는 것이 가능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4부(부장 한성진)는 9일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 등 혐의로 기소된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했다. 이 씨는 지난 2022년 10월부터 중국에 머무르며 국내에 있는 길모(27)씨에게 필로폰과 우유를 섞은 ‘마약 음료’의 제조·배포를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길씨에게 지시사항을 전달해 길 씨가 범행을 수행하게 했다. 피고인은 협박하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설령 협박하지 않았다고 해도 길 씨에게 사건 범행을 지시한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마약을 이용한 보이스피싱 범행은 불특정 다수 미성년자를 표적으로 삼아 마약 음료를 마시게 한 뒤 부모를 협박·금전을 갈취하기 위해 치밀하게 기획했다. 각자 역할에 따라 계획을 실행에 옮긴 범행”이라며 “미성년자를 영리 도구로 이용한 점에서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 범행의 죄질이 매우 나쁘고 엄벌할 필요성이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함께 범행을 저지른 공범들은 지난 4월 2심 선고까지 끝난 상태다. 2심 재판부는 마약음료를 제조한 길모(27)씨에게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37)씨에게는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보이스피싱 전화중계기 관리책 김모(40)씨와 보이스피싱 모집책 이모(42)씨는 각각 징역 10년, 7년을 선고받았다.
지난해 4월 이 씨의 지시를 받은 공범들은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이 좋아지는 음료’라며 시음회를 열어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음료를 제공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들에게 연락해 “자녀가 마약을 먹었다”며 협박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씨는 중국에 체류하며 공범들에게 제조·배포를 지시했고,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지난해 5월 현지 공안에 의해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검거됐다. 12월 26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국내로 강제 송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