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제하던 韓의 역공…‘약한 고리’ 노린 羅-元-尹 [이런정치]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한 나경원(왼쪽부터), 윤상현, 원희룡, 한동훈 당대표 후보가 9일 서울 중구 TV조선에서 열린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TV토론회'에 참석, 기념을 촬영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진·신현주 기자]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 당대표 후보들이 지난 1월 김건희 여사가 한동훈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에게 보낸 문자를 놓고 난타전을 벌였다. 한 후보는 “당무 개입, 국정 농단에 비유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나경원)”, “소통, 신뢰, 경험이 없다(윤상현)”는 경쟁주자들의 비판을 정면 반박하고 역공으로 돌파구 모색에 나섰다. 한 후보 비판에 앞장섰던 원희룡 후보는 돌연 네거티브에 선을 긋고 정책 역량을 강조했다.

윤 후보는 9일 TV조선 주최로 진행된 첫 번째 합동토론회에서 “(총선 패배의 책임을) 100%로 느낀다면 오히려 사과하고 물러나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한 후보를 겨냥한 공세의 포문을 열었다. 윤 후보는 “김건희 여사 문자에 관해서도 만약 100% 책임이라면 당연히 응당 사과하셨어야 됐다”며 “‘내가 그 당시에 어리석었다’고 하는 게 오히려 낫지 않냐”고 지적했다. 나 후보도 “초임검사가 중대한 사건을 맡을 수 없듯이, 훈련하시고 기다리셨다가 (전당대회에) 나오셨으면 어떨까”라고 말했다. 나 후보는 “당사자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 소통을 단절한다는 건 매우 정치적 판단이 미숙하지 않은가”라며 “자꾸 정부를 위험에 빠뜨린다”고 비판했다. 지난 총선 험지였던 수도권에서 생환한 5선의 윤·나 후보가 한 후보의 ‘정치 역량 부족’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킨 것으로 해석됐다.

한 후보는 “여러가지 경로로, 통로로 실제로 김건희 여사가 사과할 의향이 없다고 전달받고 있었던 상황”, “여사님이 아직도 사과를 안 하고 있다는 것도 말씀드린다”라며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당 내 선거임을 고려해 맞불 대응을 자제했던 기조와 달리 역공에도 나섰다. 앞서 사천 의혹을 제기한 원 후보를 향해 “어떤 가족을 말씀하시는 것이고, 어떤 공천에 대해서 개입을 했다는 것이냐”며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주도권 토론에서도 원 후보가 2005년 발의해 통과된 외국인의 지방선거 투표권법(선거법 개정안)과 관련해 “이상한 법이 만들어져서 아직까지도 문제가 있다”고 했다. 나 후보에게는 “토요일(6일) 원외당협 즉답회(타운홀미팅)에서 ‘8% 차이로 이길 줄 알았으면 지원유세 좀 할걸’ 이런 말씀을 하셨다”며 “(낙선자들이) 대단히 실망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원 후보는 최근 당 선거관리위원회의 네거티브 자제 요청을 언급하며 사과 요청에 대한 즉답을 피했다. 원 후보는 공방 대신 주3일 출근제 도입 등 자신의 공약 설명에 집중했다. 나 후보는 한 후보의 발언에 “정말 책임을 뒤집어 씌우신다”며 “저는 저희 지역을 지키는 것만 해도 너무 어려웠다”고 반발했다. 이어 “이름만 빌려달라고 하지 않았나”라며 “강남 같은 데 공천을 줬으면 제가 정말 비대위원장보다 더 많이 해드렸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 후보도 수도권 지원유세를 하지 않았다는 한 후보의 지적에 “인천에서 원희룡 후보랑 전부 다 백병전을 열심히 치렀다”고 했다.

문자 공방이 대부분을 차지한 이날 토론회와 관련해 한 중진 의원은 “문자 이야기는 더 이상 꺼내지 않는 것이 당에 이롭다”며 “당대표가 되겠다는 사람들이 당의 비전과 미래를 이야기를 해야지, 문자의 실태나 따지는 건 유치하기 그지없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중진 의원은 한 후보의 발언과 관련해 “해명을 한다면서 오히려 당정갈등을 부각시키는 것 아니냐”라며 “전당대회 이후를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원들이 듣고 싶은 이야기는 대국민 정책이 아닌 당대표로서 정무 판단 역량이나 당원 공약”이라며 “위기 상황 대응에 대한 평가가 이뤄졌을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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